창너머 풍경/순수 - 비우는말

욕망의 법칙 / 도종환

다연바람숲 2011. 8. 7. 00:03

 

 

 

 

욕망의 법칙 / 도종환

 

 

 

욕망이 있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욕망과 손을 잡고 있는 동안 우리는 정열적인 삶을 삽니다. 하고 싶은 것이 많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꿈을 꾸고, 무언가가 되기를 바라고, 지금 하는 일이 꼭 성공하기를 소망하고, 남의 주목을 받게 되기를 원하는 갈망 속에는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불안과 두려움 속에도 욕망은 내재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두려움과 공포 속에도 역시 욕망이 숨어 있습니다. 그것들은 욕망을 이루어가기 위한 과정에서 파생되기 때문입니다.

욕망이 살아 움직일 때보다 욕망이 사라진 때가 삶에 있어서는 더 위험한 시기입니다. 욕망이 사라지면 의욕상실에 빠져 있거나 우울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욕망이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를 때 사람들은 자폐의 공간으로 자신을 끌고 갑니다. 세상 모든 일이 다 싫고,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고,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채 파묻혀 있을 때는 욕망이 죽어 있을 때입니다. 좌절하고 절망할 때입니다. 그러므로 욕망이 있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카트린 방세의 분석에 의하면 "욕망은 변덕쟁이"입니다. "조그만 좌절도 용납 못할 듯 격렬하게 찾아드는가 하면, 어느새 너무나 미미해져서 대단한 노력과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 실체조차 깨닫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욕망은 모호하고 복잡한 힘에 좌우" 됩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부연 설명합니다.

"통제력을 지니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해도 오히려 자기가 얼마나 타자를 쫓아다니며 '휘둘리고' 있는지만을 확인하게 되는 연애의 경험, 유혹당한 자는 그 용어의 정의상 자신의 길에서 벗어난 자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습관적인 기준들을, 평소의 객관적인 감각과 성찰능력을 되찾기란 불가능하다. 유혹에 빠진 자의 생각은 강박적이 되면서 어느 한 방향만을 고수한다. 어떤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그 길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어찌 연애만 그렇겠습니까? 욕망에 휘둘리고 있을 때는 매사가 다 그렇습니다. 이게 욕망의 법칙입니다. 욕망은 모순적인 충동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쾌락과 고통, 행복감과 불편함이 뒤섞여 있습니다. 이미 그렇게 진행되고 있으면 차단해 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삶의 꼬이는 걸 알면서도 욕망을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평소의 이성적인 태도와 판단력과 성찰은 찾아볼 수가 없게 됩니다. 그래서 욕망의 늪에 빠진 사람을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평소의 그가 아닌 걸 보고 실망하기도 하고 등을 돌리기도 합니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도 욕망에 휘둘리고 있는 사람은 욕망이 몸에서 빠져나갈 때까지는 자기 자리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루소는 이렇게 말합니다.

"능력이 모든 욕구보다 넘치고 있는 경우는 곤충이든 벌레든 간에 모두 강자임에 틀림없다. 욕망이 능력을 능가할 경우는 그것이 코끼리든 사자든, 또는 정복자든 영웅이든, 심지어 신이라 할지라도 모두 약자다. (......) 그러므로 여러분들의 욕망을 확대하면 여러분들의 힘도 확대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만약에 여러분들의 오만이 힘보다도 더 확대되는 경우엔 오히려 힘을 줄이는 결과가 될 것이다."

문학과 예술을 하는 사람, 사업을 하거나 정치를 하는 사람은 욕망의 덩어리입니다. 그래서 충동적이기도 하고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선택과 발언을 하기도 합니다. 그게 다 욕망이 시켜서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