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사랑은 산책자 / 이병률

다연바람숲 2011. 5. 8. 18:34

 

 

 

 

사랑은 산책자 / 이병률

 

 

 

마음이 마음을 흠모하는 것
줄 서는 것 떠드는 것
시간이 시간을 핥는 것

서서히 차오르는 것 

그러고도 모른 체하는 것
소멸하는 것으로 존재하는 것

그러니까 뼈를, 그것도 목뼈를 살살 분질러뜨리는 것
서서히 떨어지는 속도를 보이는 것

새를 참견하는 것 

주책없이 경치에 빠지는 것

장막 하나를 찢어 지독하게 덮어버리는 것

견딜 수 없이 허우적대는 것이 스스로의 요구인 것

 

의욕하자니 힘이 되는 것 

왼쪽으로 갈까 오른쪽으로 갈까
방향을 얼버무리는 것

모퉁이를 돌기 위해 짐을 꾸리거나
주변을 무겁게 하지 않는 것
주소를 버리고 눈을 감는 것

사랑은 산책하듯 스미는 자,
산책으로 젖는 자

 

 

시집 <찬란>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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