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 김혜순
아침에 눈 뜨면
침대에 가시가 가득해요
음악을 들을 땐
스피커에서 가시가 쏟아져요
나 걸어갈 때
발밑에 떨어져 쌓이던 가시들
아무래도 내가 시계가 되었나 봐요
내 몸에서 뾰족한 초침들이
솟아나나 봐요
그 초침들이
안타깝다
안타깝다
나를 찌르나 봐요
밤이 오면 자욱하게 비 내리는 초침 속을 헤치고
백 살 이백 살 걸어가 보기도 해요
저 먼 곳에
너무 멀어 환한 그곳에
당신과 내가 살고 있다고
행복하다고
당신 생일날
그 초침들로 만든 케이크와 촛불로
안부 전해요
<시작노트>
"시시각각 바늘처럼 다가오는 시간들을 다 견뎌야 끝나는 거라면"
시계에서 일 초에 한 번씩 바늘이 나온다면,
그 바늘로 만든 국수를 삼켜야 한다면,
그 바늘로 케이크를 만들어 생일을 축하해야 한다면,
그리고 시시각각 바늘처럼 다가오는 시간들을 다 견뎌야 끝나는 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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