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다연바람숲 2011. 4. 11. 01:08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알 뿌리로

가냘픈 생명을 키웠다

 

T. S. 엘리엇 - 황무지 [1부] 죽은 자의 매장 중에서

 

 

사월은 잔인한 달,

저 반어법으로 봄의 명징성을 다 설명할 수 있는거라면

죽은 땅과 잠든 뿌리에서 깨어나는 생명을 다 노래할 수 있는 거라면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맞지요.

 

다연의 봄날엔

백매는 벙글고 홍매는 찬란하게 잎을 틔우고 있어요.

새로운 식구 돌단풍은 벌써 화사한 꽃을 피웠고

이 봄에 목석원 사장님이 선물해주신 무늬종 원추리는 초록이 싱그러워요.

여기 샵에 와서 처음 만나는 길 건너 버스정류장의 어린 벚나무는 벚꽃을 피웠고

오래 빈가지를 보여주던 황량한 나무들의 가지 끝엔 새잎들이 꽃눈처럼 번져가고 있어요.

 

4월이 깊을수록 샵안은 시간이 정지된 듯 흐르고

샵밖엔 하루하루 변화하는 봄이 깊어요.

가까워도 가보지못하는 무심천이라서, 거기 벚꽃 내내 궁금해서

오는 손님들께 자꾸 물어요.

 

"무심천에 벚꽃이 피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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