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는 혼자 사막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때, 여우가 나타났습니다. 왕자가 여우에게 말했습니다.
"이리와서 나랑 놀아줘. 나는 지금 너무 슬퍼....." "난 너와 함께 놀 수 없어. 난 길들여지지 않았거든." 여우가 대답했습니다.
"길들여진다는 게 뭐지?" 왕자가 물었습니다. " 그건 관계를 만든다는 뜻이야." 여우가 대답했습니다. "관계를 만든다고?"
"그래. 나에게 너는 아직은 수많은 다른 사내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는 한 사내아이일 뿐이야.
난 너에게 수많은 다른 여우와 똑같은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고. 그래서 나는 너를 필요로 하지 않고, 너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난 너에게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여우가 되는 거야." 여우가 말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나에게 꽃 한 송이가 있는데 그 꽃이 날 길들였나봐...." 왕자가 말했습니다.
여우는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습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내 생활은 좀 지루해. 그렇지만 만약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밝아질거야.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난 빵은 안먹으니까 나에게 밀은 아무소용이 없어. 그래서 밀밭은 나에게 아무것도 생각나게 하지않아.
하지만 황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황금빛으로 물든 밀밭은 너를 생각나게 할거야. 나를 길들여 줄래?"
"어떻게 하면 되지?" 어린 왕자가 물었습니다. "참을성이 있어야 돼. 처음에는 내게서 조금 떨어져 이렇게 풀밭에 앉아있어.
그리고 날마다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앉는거야."
다음 날 어린 왕자는 다시 여우에게 갔습니다.
"날마다 똑같은 시간에 와 주는 게 더 좋아. 네가 날마다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4시가 가까워올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하겠지. 하지만 네가 아무때나 온다면 나는 몇 시에 맞추어 내 마음을 곱게 다듬어야하는지 모르잖아."
어린 왕자는 여우를 길들였습니다. 어린 왕자가 떠나려고 하자 여우가 슬퍼하며 말했습니다.
"아, 눈물이 나오려고 해." "나는 너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어. 그런데 네가 나에게 길들여 달라고 했어. 넌 아무것도 얻은 게 없잖아!"
어린 왕자의 말에 여우가 말했습니다. "얻은 게 있지. 밀밭의 색깔을 보면...." 여우는 계속 이어 말했습니다.
"장미꽃들에게 다시 가봐. 그러면 수많은 꽃들 중에 네 꽃이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꽃이라는 것을 알게 될거야.
그리고 돌아와서 내게 작별인사를 해줘. 그럼 내가 너에게 한 가지 비밀을 선물해 줄게."
어린 왕자는 여우의 말대로 장미꽃들을 보러 갔습니다.
어린 왕자는 장미꽃들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너희는 나의 장미와 조금도 닮지 않았어. 너희는 아직 아무것도 아니야. 예전의 내 여우와 같아.
그 여우는 수많은 다른 여우들과 같은 여우일 뿐이었어.하지만 지금은 내가 그 여우를 친구로 만들었기 때문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된거야.
그러니까 내꽃은 너희 모두보다 훨씬 소중해. 왜냐하면 내가 소중히 돌봤기 때문이야. 물도 주고 유리덮개도 씌워주고 바람막이도 세워주었어.
그리고 그 꽃을 위해 벌레도 잡아주었지." 어린 왕자는 다시 여우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잘 있어." 어린 왕자가 여우에게 말했습니다. "잘 가. 이제 내 비밀을 말해줄게.
아주 간단한 건데, 마음으로 보야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 어린 왕자는 잊지 않으려고 여우의 말을 따라 했습니다.
"너의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드는 건 그 꽃을 위해 네가 써버린 그 시간이란다." "...내가 내 장미꽃을 위해 써 버린 그 시간이란다.."
이번에도 어린 왕자는 잘 기억하기 위해 여우를 따라 했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진리를 잊어버렸어. 하지만 넌 그것을 잊어선 안 돼. 네가 길들인 것에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어. 넌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나는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 왕자는 되뇌었습니다.
- 생떽쥐뻬리 <어린 왕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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