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순수 - 비우는말

연애라는 게임에서는 덜 사랑하는 쪽이 유리하다 / 조진국

다연바람숲 2010. 11. 30. 17:20

 

 

 

 

 

 

더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연애에는 두 사람이 등장한다. 웃는 사람이 있으면 우는 사람이 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면 기다리게 하는 사람이 있다. 열심인 사람이 있으면 무심한 사람이 있고,더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섭섭한 일을 더 많이 기억하고 있다면 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연일 야근이라 시간이 없다며 문자메시지에도 답을 보내지 않은 일, 오랜 출장 끝에 피곤하다며 곧바로 집에 가서 잠들어버린 일, 친구 돌잔치는 챙기면서도 밸런타인데이는 무심히 넘겨버렸던 일... 이렇게 섭섭한 일을 일일이 기억하는 것보다 내가 그를 더 좋아한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보여주지 않은 마음과 보여줄 게 없는 마음은 다르다

 

연애에서 승자가 되었다고 해서 우쭐할 필요는 없다. 승자가 되는 일은 어려운 것이 아니니까.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숨기거나 아예 주지 않으면 된다. 연애는 마인드컨트롤 게임이다.졌다고 해서 슬퍼할 필요는 없다. 마음을 다스릴 수 없을 정도로 그를 좋아했을 뿐이다. 꾸미지 않은 맨 마음으로 그를 대했고, 계산하지 않고 순수했을 뿐이다.게임에서는 졌지만 동정받을 필요가 없는 패자인 것이다. 하지만 그가 왜 마음을 조금만 주는지는 알아야 한다. 내 마음을 빼앗기 위해서 일부러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나에 대한 마음이 조금밖에 없다면, 그만두어야 한다. 그는 내가 사랑할 사람이 아니다. 보여주지 않은 마음과 보여줄 게 없는 마음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사랑할 땐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해야 한다

 

사랑은 연애와 다르다. 연애에서는 마음을 잘 조종하는 사람이 승자지만, 사랑에선 맨 마음을 온전히 풀어놓는 사람이 유리하다. 사랑할 땐 지금 이 순간을 향유하고, 지금 이 감정에 충실하고 지금 이 사람에게 전부를 주는 사람이 앞선다. 사랑에는 나중이 없다. 사랑은 '지금' 하는 것이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당장 바닥까지 뛰어드는 것이 사랑이다. 슬픈 만큼 온 마음을 다해 울고, 기쁜 만큼 온 마음을 다해 웃어야 한다. 안타까운 만큼 온전히 가슴 아파야 하고, 사랑하는 만큼 온전히 주어야 한다. 그 감정의 깊이에 완전히 빠져서 잠겨야 한다

 

이별할 땐 더 사랑한 사람이 덜 아프다

 

이별 앞에 서게 되면 알게 된다. 더 사랑했던 쪽이 덜 아프다는 것을. 마음껏 아파하면서 후회 없이 사랑한 사람은 이별 앞에서 오히려 담담하다. 다시 만나 똑같이 시작해도 지금보다 더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조진국 <고마워요,소울메이트> 중에서

 

 

11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