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구도 잘못이 없다. 기껏해야 누가 잘못 알고 있다는 정도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잘못이라고 내가 생각한다면 내가 무엇을 모르고 있거나 그가 모르고 있을 따름이다. 그래서 우월감을 뽐내는 놀이를 벌이고 싶지 않은 바에야 나로서는 그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최선이다. "네가 잘못이다"라는 말은 "나는 너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미여서 ---- 나는 네가 보고 있는 바를 보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너에게는 잘못이 없고, 너는 그냥 내가 아닐 따름인데, 그것은 잘못이 아니다.
나는 항상 다른 모든 사람보다 우월하거나 열등하고, 한 수 높거나 낮고, 잘 살거나 못 산다고 느낀다. 우월한 순간에는 의기양양하지만, 희귀한 축복의 순간이란 내가 동등하다고 느낄 때이다. 개인들의 세계에서는 '최고'란 존재하지 않는다.
새로 사귀는 모든 사람을 패로 갈라놓고, 분류하고, 말끔히 포장하려고 하는 이 욕구를 왜 느끼는가? 하나의 개별적인 인간처럼 너무나 복합적인 어떤 것을 내가 분류하려고 애를 쓴다는 것은 나 자신의 경박함을 드러낼 뿐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심판은 존재하지 않는 자질들을 열거하고 그에게 있어서 독특한 면을 없애버리는 추상화 과정이다. 만일 내가 어떤 사람을 분류한다면 나는 그를 물건으로 바꿔놓는 셈이다. 내가 다른 사람과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를 경험하는 것이지, 그에 관해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휴 프레이더 <나에게 쓰는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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