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쇄원에서 시금(詩琴)을 타다 / 고재종
소쇄소쇄, 대숲에 드는 소슬바람
무엇을 마구 씻는가 했더니
한 무리 오목눈이가 반짝반짝 날아오른다
소쇄소쇄, 서릿물 스치는 소리
무엇을 마구 씻는가 했더니
몇 마리 빙어들이 내장까지 환하다
자미에서 적송으로 낙엽 따라 침엽 따라
괴목에서 오동으로 다람쥐랑 동고비 따라
빛나는 바람과 맑은 달이
飛潛走伏*(비잠주복)을 다스리면
오늘은 상강, 저 진갈매빛 한천 길엔
소쇄소쇄, 씻고 씻기는 기러기며와
소쇄소쇄, 씻고 씻기는 푸른 정신뿐
나 본래 가진 것 없어 버릴 것도 없나니
나 여기 와서는 바람 들어 쇄락청청
나 여기 와서는 달빛 들어 휘영청청
* 飛潛走伏: 새,물고기,짐승,벌레 따위를 두루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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