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이 저녘의 풍경

다연바람숲 2010. 10. 22. 19:34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정호승 詩 <수선화에게>

 

 

 

 

이 별의 하루가 저물어 간다.

이별이 사방에 넘쳐난다.

모두 적막한 안녕을 하고 있다.

 

문득

낙엽 태우는 매운 연기 맡으며

오래 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의 간사한 말 한마디가

비수가 되고 독이 되는 저녘

 

눈물도 울어줄 가치가 있을 때 아름답다.

울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