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
김경미
하루 종일 사진 필름처럼 세상 어둡고
몸 몹시 아프다
마음 아픈 것보다는 과분하지만
겨드랑이 체온계가 초콜릿처럼 녹아내리고
온 몸 혀처럼 붉어져
가는 봄비 따라 눈빛 자꾸 멀어진다 지금은
아침인가 저녁인가 나 죽은 것인가 산 것인가
빈 옷처럼 겨우 일어나 창 밖을 내다본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
온갖 꽃들이 다 제 몸을 뚫고 나와 눈부시다
나무들은 그렇게 제 흉터로 꽃을
내지 제 이름을 만들지
내 안의 무엇 꽃이 되고파 온몸을 가득
이렇게 못질 해대는가
쏟아지는 빗속에 선
초록 잎들이며 단층집 붉은 지붕들이며
비 맞을수록 한층 눈부신 그들에
불쑥 눈물이 솟는다 나 아직 멀었다
아직 멀었다
'창너머 풍경 > 열정 - 끌리는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소한 기록 / 김행숙 (0) | 2005.12.26 |
---|---|
함박눈 / 김경미 (0) | 2005.12.25 |
나는야 세컨드 1 / 김경미 (0) | 2005.12.24 |
비밀 / 김상미 (0) | 2005.12.23 |
오렌지 / 김상미 (0) | 2005.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