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김상미
애인을 가슴에서 꺼내 벽에
걸어두니 참으로 조용하다.
벽에 걸린 벽의 침묵이 세속과 다른 냄새를 애인에게 발
산하여 애인은 지금 한창 침묵중이다.
침묵이란 본래 심장 가까이 두는 물건이라 맛만 들이면
세상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깊은 맛을 발산한다.
그래서인지 오랫동안 침묵 속에 침전해 있던 애인이 어
느날 덜컹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불과 얼음의 우화
따위
는 저 멀리 던져버리고, 방안은 금세 격동으로 치닫는다.
저마다 제 몸에서 흘러나온 침묵의 해류에 휘감겨 십자
가에 매달리듯 서로에게 매달리게 된다.
마치 그 속에서 정화되어 다시 솟는 분출만이
달리는
기차를 멈추게 할 수 있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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