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사소한 기록 / 김행숙

다연바람숲 2005. 12. 26. 18:06

 

 

 

 

                                               사소한 기록

 

 

김행숙

 

 

 

 발이 푹, 하고 빠지는 것이었다. 이건 실수라고 할 수도 없어, 나는 보이는 것만 믿으려고 애쓰는 사람인데, 이를테면 사거리라고 불리는 오거리. 실금같이 깨진 샛길에 대해서 세심했을 뿐

 

 나는 거리를 멋대로 산책했지만 함부로 기억하지 않는다. 단지 몇 사람의 안면만을 익혔을 따름이다. 이를테면 죽은 생선의 푸른 등을 내리치는 칼 든 사내와 사내의 냄새……

 

 생선은 목을 치지 않고 토막을 친다고 사내가 낮게 우물거렸다. 생선은 참, 목이 없군요.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 생선은 개보다는 장작에 가깝죠, 사내가 약간 우쭐거렸을 것이다. 그때 어쩌면 리얼리즘과 그로테스크의 관계를 생각하고 진화론과 목의 관계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기억하는 힘을 줄이기 위한 나의 노력은 미덕에 속한다. 나 역시 먹구름같이 모였다가 파래지거나 노래진다고 할 수도 있다. 있다니! 나는 보이는 것에 대해서만 믿음을 보이는 사람인데, 나는 여기 서늘해지는 목덜미

 

 많은 전선이 지하에 매설되거나 형태를 빌리지 않는 형태로 대치되었다. 발이 푹, 하고 꺼진 이후에 나를 총총히 관통해 사람들이 지하로 흘러갔다. 우리는 아무도 흔들리지 않았으므로, 나는 분명히 장애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