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삼나무에 꽃바람 부는 달, 2월의 첫날입니다

다연바람숲 2019. 2. 1. 13:57




인디언 달력 2월

 

물고기가 뛰노는 달;위네바고 족

너구리 달;수우 족

바람 부는 달;무스코키 족

홀로 걷는 달;체로키 족

기러기가 돌아오는 달;오마하 족.

삼나무에 꽃바람 부는 달;테와 푸에블로 족

삼나무에 먼지 바람 부는 달;테와 푸에블로 족

새순이 돋는 달 ;카이오와 족

강에 얼음이 풀리는 달;앨곤킨 족

먹을 것이 없어 뼈를 갉작거리는 달;동부 체로키 족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달;호피 족

움이 트는 달;아니시나베 족

햇빛에 서리 반짝이는 달;북부 아라파호 족

오랫동안 메마른 달;아시니보안 족

사람이 늙는 달;크리 족

더디게 가는 달;모호크 족

가문비나무 끝 부러지는 달;파사마퀴드 족

나무들 헐벗고 풀들은 눈에 안 띄는 달;피마 족

토끼가 새끼 배는 달;포타와토미 족

오솔길에 눈 없는 달;주니 족

검지손가락 달,비 내리고 춤추는 달;클라마트 족

나뭇가지들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달;아베나키 족

 

*

 

인디언들은 자연의 현상과 변화를 보며 12달의 이름을 지었다고 해요. 그 이름들을 하나하나 따라 읽다보면 인디언들의 마음과 시각과 언어가 그대로 시이고 시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햇빛에 서리가 반짝이고, 강에 얼음이 풀리고, 물고기가 뛰놀고, 기러기가 돌아오고, 삼나무에 꽃바람이 불고, 새순이 돋아나고, 사람은 늙어가고, 시간은 더디가고, 봄이 가까이 있지만 아직 봄은 아니어서 아직은 가난한 시절의 마음들이 2월, 달이름 하나에도 담겨있어요. 그럼에도 지혜롭고, 그럼에도 아름답고, 그 언어의 시절과 배경이 어떠하였거나 자연을 통해 바라보는 봄이 멀지않다는 희망이 그 반짝이는 언어들을 더 빛나게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체로키 족은 2월은 홀로 걷는 달 이라 하였네요.

부족마다 지역적인 특성이 있고 환경이 있고, 강이 있고 산이 있을 것이겠지만 체로키 족의 2월은 조금 특별해 보여요. 겨울도 아니고 봄도 아니고, 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니고, 이제 묵묵히 홀로서기를 해야할 시간에 대한 철학이 느껴져요.

 

어떤 계절을 지나왔거나 어떤 시절을 살고있거나 어떤 길을 걸어왔거나 인생이란 것이 결국 홀로 걷는 일이고 보면 체로키 족의 2월이 우리들의 삶이고 달이고 계절일 수도 있겠지요.

 

새해가 밝았다고 했던 것이 엊그제같은데 벌써 2월의 첫 날이네요.

세월의 속도를 문득문득 빠르게 절감하는 걸 보면 그만큼 또 나이를 먹었다는 의미도 되겠지요.

오전엔 모처럼 파아란 하늘이 보이나 했더니 미세 먼지로 또 하늘이 부옇게 흐려집니다. 

금요일인 오늘이 지나면, 아니 어쩌면 벌써 구정 연휴가 시작된 곳도 있을지 모르겠어요.

 

모쪼록 행복하고 마음 따뜻해지는 설날 보내시고 다연을 찾아주신 모든 분들의 2월엔 ..

삼나무에 꽃바람 불어 아름답기를, 몸과 마음 정화하여 새롭기를. 하루하루 움트고 새순이 돋아 희망이기를, 바랍니다.

 

행복한 2월 시작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