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의 외출이었지요.
이런저런 계산이나 생각없이 샵의 문을 닫았던 것도 오랜만이었어요.
지난 사월 초파일, 비가 예고된 날이었음에도 비가 쏟아지기 전의 풍경은 그래도 누릴 수 있었지요.
절의 지붕 위에 피어난 노란 꽃들이 인상적이었어요.
고목의 거대한 몸집에서 뻗어난 가지들의 어린 잎들이, 그 빛깔들이 너무 고왔어요.
내가 보지못하고 흘려보낸 봄날들이,
내가 만져보지 못하고 지나쳐버린 봄날들이,
그 하루에 여기저기 꽃으로, 어린 잎으로 다가와서 마냥 좋았어요.
척박한 곳에 뿌리내린. . .
도저히 자라지 못할 것만 같은 곳에서 씀박씀박 피어난 꽃들을 보며
어쩌면 나도 면면 그런 길을 걸어왔거나, 그런 삶을 살고있진 않은가 생각이 깊어지고
그 어떤 곳이든 뿌리내리면 그곳이 내 땅이고 삶의 터전이라는 훌륭하고 단순한 진실도 깨닫는 것이지요.
5월이 깊어갈수록 연두가 초록으로 짙어지는 풍경이 가깝습니다.
우리네 삶도, 계절이 깊어갈수록 더 짙고 심오한 빛깔을 지녀가겠지요.
아직 5월이라는 것이, 무언가 더 해나갈 시간이 여유롭다는 것이 위안이고 힘이되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모두 어디 계신가요?
어디에 계시거나 오늘의 초록이 눈부시게 아름답고 빛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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