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장마에 모두 건안하시길 바래요.

다연바람숲 2018. 6. 30. 17:07

 

 

 

오래된 장마 / 정끝별

 


새파란 마음에

구멍이 뚫린다는 거

잠기고 뒤집힌다는 거

눈물 바다가 된다는 거

둥둥

뿌리 뽑힌다는 거

사태지고 두절된다는 거

물벼락 고기들이 창궐한다는 거

어린 낙과들이

바닥을 친다는 거


때로 사랑에 가까워진다는 거


울면, 쏟아질까?

 

 

#

 

 

며칠 전이었지요.

본격적인 장마예보가 있고 하루 종일 첫 폭우가 쏟아지던 날

한낮, 느닷없는 번개와 벼락치는 소리에 놀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던 날

잠시 빗줄기가 가늘어진 틈을 타 산책을 해보겠다고 그 저녁에도 저수지에 갔었죠.

하지만 빗줄기가 잦아든 건 출발해서 그곳에 도착하기 전까지 딱 그 시간만큼이었죠.

 

우산을 두드리는 세찬 빗소리에 귀가 먹먹해지고

들이치는 비바람을 커다란 우산도 막아내지 못하는 폭우 속에서

그냥 망연자실 빗방울이 물결을 일으키는 저수지를 바라보고 있었지요.

 

가깝던 풍경들이 부연하게 흐려지고

빗소리때문에 한뼘 거리의 목소리조차 아득해지는

폭우의 한가운데 벌서듯 멈추어 있던 그런 시간이 있었지요.

 

그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적시는 비도 좋고 젖는 나도 좋고 먹먹한 빗소리도 좋고 막막한 빗방울도 좋고

우산을 던져버릴 수는 없지만 그럭저럭 흠뻑 젖을 수 있는 여유라는 것이 그저 마냥 좋았지요.

 

오늘도 전국에 폭우 소식이 있어요.

비 단도리를 단단히 하고 나왔는데 아직 비는 오지 않네요.

주말에 내리는 비는 그나마 마음의 여유가 있어요.

어디를 가거나 어디에 있거나 주말이라면 조금 늦거나 쉬어도 될 것 같은 안도감이 있어요.

 

멀리 친정 시골집에 감자 캐러간 친구가 먼저 비소식을 전해오네요.

이제 곧 여기도 비가 내리겠어요.

 

그래두. .  그럼에도. . .

제가 안부를 묻고싶은 많은 분들 모두, 이 장마에도 뽀송뽀송한 삶을 누리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