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슬픔은 헝겊이다 / 문정희

다연바람숲 2018. 3. 7. 16:31

 

 

 

 

 

 

슬픔은 헝겊이다 / 문정희




슬픔은 헝겊이다

둘둘 감고 산다


날줄 씨줄 촘촘한 피륙

옷을 지어 입으면

부끄러운 누추를 가릴 수 있을까


살아있는 것들 파득거리는

싱싱한 헝겊에서

새소리가 들린다

왜 우느냐고 물어보고 싶다

아픔의 바늘로 새긴 무늬에서

별들이 쏟아질 때도 있다


별처럼 깊은 헝겊으로 

이름 하나를 지어 입으면

비로소 밤은 따스할까

그 옷을 은총이라고 불러도 될까


슬픔은 헝겊이다

둘둘 감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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