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편지 / 신용목
나의 밤을 네가 가져갔던 시간이 있다고 말한다 거짓말처럼
환한 상점 불빛에 담겨 있던 저녁을
잊고
불 꺼진 상점 유리에 비쳤던 새벽을
잊고
달에 박혀 있던 비석들 떨어져 소용돌이치는 알코올 속으로 가라앉는다 거짓말처럼
모두 거짓말
그리고 하얀 고래가 투명한 뼈를 끌고 도착한다 마침내 되돌아오는 편지의 첫 줄처럼
사랑은 쓰여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모두를 공평하게 사랑하려고 부재하는 신에 관한 기록처럼
구겨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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