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Dilige et fac quod vis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다연바람숲 2017. 10. 11. 15:38

 

 

 

 

 

Dilige et fac quod vis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서울의 한 친구는 수채화 공부를 시작했다.

노후 취미 생활을 위한 준비라고 했지만 우선은 마음이 끌려서라고 했다.

해보고싶고, 하면 마음이 편할 것 같고, 그냥 마음이 끌려서 시작했다고 했다.

스케치를 하고 색을 입히고 그림을 완성하는 동안의 몰입이 행복하다고 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몰입하는 순간의 시간들이 빨리 흘러서 좋다고 했다.

워낙 일이 바쁘고 일에 치이고 시간에 쫓기듯이 사느라 여가를 즐길 수 없던 사람에게

일과 삶에 대한 스트레스를 모두 내려놓고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가 생겼다는 것이 반가웠다.

머지않은 날에 개인전을 열게 되면 꼭 초대하라 했더니 미리 초대장을 인쇄해 놓겠다는 농담마저 유쾌헸다.

 

하루에도 몇 번씩 어디냐 뭐하냐를 묻고 지내는 단짝 친구가 등산을 시작했다.

그렇다고 거창하게 장비를 갖춰 명산을 찾아 다니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이라도 매일 산에 오른다.

출근 전이거나 퇴근 후거나 휴일이거나 비가 와도 짬만 나면 가벼운 산책처럼이라도 혼자서 산에를 간다.

어느 날 아침에는 산성에서 인증샷 사진을 보내오더니, 어느 날엔 대청댐 양성산 정상에서 사진을 보내오고 

어느 날엔 비를 쫄딱 맞은 사진을, 또 어느 날엔 가을이 보인다며 산정상의 이른 단풍을 사진으로 보내주기도 한다.

고독한 수행같다고 한다. 혼자 걷고, 혼자 산을 오르는 일이 스스로를 다독이고 다스리는 일 같다고 한다.

사람들 속에서 살고 사람들과의 관계만 생각하느라, 정작 자기 자신을 아끼는 일엔 소홀했음을 알아간다고 한다.

살면서 불필요한 관계들을 정리하고, 사랑의 화살을 자기 자신에게 겨누기에 혼자 걷는 일만큼 좋은게 없다고 한다.

일과 사람에 치여 어둡던 얼굴에 화색이 돌고,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선 생동감 있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하루하루 변화해가는 가을산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땀 흘린 뒤의 성취감이 얼마나 행복한지, 매일이 감사하다고 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해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일도 행복이다.

누군가의 행복한 에너지는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그 에너지로 행복하게 동화시키는 강력한 힘이 있다.

 

책 <라틴어 수업>에서 저자 한동일씨는 이렇게 말한다.

 

누구도 자기 생의 남은 시간을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니 그냥 그렇게 또박또박 살아갈밖에요.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자주 물어보아야 합니다.

 

나는 매일매일 충분히 사랑하며 살고 있는가?

나는 남은 생 동안 간절하게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이 두 가지를 하지 않고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생은 아름답다.

한 번뿐인 생이므로 더 아름답다.

어떤 기억을 품고 살아갈 것인가는 나의 선택이다.

나의 기억에 후회없는 시간들을 저축하는 일,

지금 사랑하고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Dilige et fac quod vis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바로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