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친구와 서점엘 갔습니다.
참 기분 좋은 동행입니다.
친구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간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정말 기분 좋은 선물입니다.
서로 구매한 책들을 앞에두고
친구와 카페 테라스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셨습니다.
비 내리는 거리를 바라보며 참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더러 아무 말이 없어도 좋습니다.
그저 말 없이 비 내리는 거리를 바라만 봐도 좋습니다.
일찍 시집가버린 딸 때문에 이미 할머니가 되어버린 친구지만
우린 여전히 처음 만난 열 일곱 나이에 서로가 멈추어 있습니다.
말 없이도 이제 우린 서로의 기쁨을 알고 슬픔을 알고 아픔을 압니다.
그런 시간과 세월을 늘 함께 해왔고 그렇게 어른이 되고 나이가 들었습니다.
자주 얼굴 보지못해도 하루에도 몇 번씩 문자와 전화를 주고받다 보니
요즘 부쩍 친구에게 모질고 심하고 아픈 말을 많이 했습니다.
그럼에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지요.
나는 어디서 누구와 어떤 일로 엮이거나 우선 나의 친구가 안녕하길 바랍니다.
못난 사람, 나쁜 사람, 존중받을 가치없는 인간들때문에 친구가 다치길 원치 않습니다.
물론 직장 생활이, 사회 생활이, 인간 관계가 말처럼 호락호락하고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상대의 체급이 어느 정도는 비슷하거나 맞아야 싸움도 되고 결투도 이루어 지는 법이겠지요.
그래서 인격적으로 이미 바닥인 사람들과의 감정싸움은 이겨도 패배라는 게 나의 생각입니다.
그러므로 상대할 가치가 없는 사람들과의 감정적 대립은 무관심과 무시가 최선의 공격이고 방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나, 하물며 가족마저도 숱하게 싸우고 부딪혀도 상대가 쉽게 달라지는 일은 없습니다.
아무리 말해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상대를 원망하고 푸념할 바엔 내가 변하고 달라지는 편이 오히려 쉽습니다.
상대를 그대로 받아들이되 합리적인 관계로 내가 변화하는 것, 살아보니 그게 참 지혜로운 일임을 알겠습니다.
내가 남들에게 빈틈을 많이 보이지 않아야 당당하다는 것,
내가 스스로 당당해야 부당한 전쟁에서 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는 것,
내가 내 자신을 스스로 사랑하고 아껴야 남들로부터도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것,
세상 사람들은 자기 발등에 떨어진 삶이 급해 남의 인생따위 큰 관심 없다는 것, 그러므로
누가 이겨도 좋고 누가 져도 좋은 삶이라는 전쟁터에서 사람들의 무심함에 상처받지 말 것,
나를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인간이라면 이제 과감히 인간 관계도 분리 수거를 할 것,
진실은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에게만 투자할 것,
침묵할 것,
품위있을 것,
자기애를 확장할 것,
함부로 마음 주지 말 것,
함부로 상처받지 말 것,
친구와 오랜만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모든 말들은 어쩌면 친구에게가 아니라 내가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비가 내리던 그 밤의 거리는 참 아름다웠습니다.
친구가 읽고 있다는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이 영화로 개봉되면 같이 보자 약속도 했습니다.
읽고있는 그 다음이 궁금해 빨리 읽고싶어하는 친구에게 7년의 밤 스포는 잘 아껴두었습니다.
문득 우리들의 삶이라는 것도 소설 속의 다음 장면처럼 먼저 읽고 알아도 말할 수 없는 것,
부딪치고 겪어가며 알아가도록 한 걸음 물러나 손을 잡아 줄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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