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홍(映山紅) / 서정주
영산홍 꽃잎에는
山이 어리고
山자락에 낮잠 든
슬픈 小室宅
小室宅 툇마루에
놓인 놋요강
山 너머 바다는
보름사리 때
소금 발이 쓰려서
우는 갈매기
*
구지름 16 높이 20
놋으로 만들어진 요강여요.
이젠 미당의 시에서나 만날 수 있는 놋요강,
어느 정도 나이가 있다면 아주아주 어린 날을 더듬어야하는 그 요강여요.
88 올림픽 전후로 외국 관광객에게 우리 놋요강이 인기 상품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가마요강 크기의 요강을 캔디통으로 선호해서 그당시 재현품이 많이 만들어지기도 했다지요.
요강의 용도를 익히 아는 우리들에겐 다소 쌩뚱맞은 소리겠지만 그 쓰임새를 배제하고
미적인 부분만 보고 생각한다면 요강의 아름다운 선, 그 곡선은 가히 아름답다 할 수 있지요.
그 완만한 선의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지만 외국인들이 정작 우리 옛 요강을 선호했던 건
손으로 직접 두들겨 만들었다는, 수작업의 정성과 기술에 이끌려서라는 것이 옳은 표현일거여요.
먼 이웃 나라 사람들까지 감탄하고 어여뻐라할 만큼의 멋이 바로 요강에 있었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어쩌면. . . 산자락에 낮잠 든 슬픈 소실댁,
그 소실댁 툇마루에 놓였던 그 놋요강이었을지도 모르는,
투박하지만 매끄럽고 매끄러우면서도 선이 고운 우리의 옛 놋요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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