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6월, 말없이 거미를 바라보게 되는 달

다연바람숲 2017. 6. 1. 18:17

 

 

 

인디언의 달력 6월


 

산딸기가 익어가는 달 - 유트족, 이니시나베족
옥수수 수염이 나는 달 - 위네바고족
황소가 짝짓기 하는 달 - 오마와족
말없이 거미를 바라보게 되는 달 - 체로키족

옥수수 밭에 흙 돋우는 달 - 엘콘퀸족

옥수수 모양이 뚜렷해지는 달 - 체로키족
잎사귀가 다 자란 달 - 이시보인족

나뭇잎이 짙어지는 달 - 테와 푸에블로족
곡식이 익어가는 달 - 모호크족

더위가 시작되는 달 - 풍카족
수다 떠는 달 - 푸트힐 마이족

전환점에 선 달 - 주니족

마지막 손가락 달 클라마트족

 

*

 

6월입니다.

 

옥수수 밭에 흙을 돋우고

옥수수 모양이 뚜렷해지고,

옥수수 수염이 나는 달.

 

농번기를 지나온 황소는 짝짓기를 하고

다 자란 나뭇잎은 한여름을 향해 가며 짙어지고

한 해의 절반 막바지를 가며 전환점에 서는 달.

 

다섯 손가락 셈을 하다보면 다시 마지막 손가락 달

더위는 시작되고 익어가는 곡식을 바라보며 수다떠는 달,

인디언 부족들의 6월엔 농경과 풍경과 삶이 묻어납니다.

 

말없이 거미를 바라보는 달,

거미의 움직임을 통해 기후를 관찰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말없는 시선 속에 담긴 자연에 대한 순응이 또 고요하고 엄숙하게 다가옵니다.

 

어제 누군가와 깊고 아름다운 대화를 나누었지요.

젊음이 아름다운 시기를 지나왔지만,

호기심과 열정이 넘치는 시절을 벌써 지나왔지만,

나이를 먹는 일이 세상의 섭리에 순응하는 것임을,

한 때는 나와 다른 방향의 세상과 사람을 원망도 하였으나

그 원망의 화살을 나에게로 돌려 부족한 나를 깨닫고 다스리는 때가 된 것을

검허히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 비록 이제 시작일지라도 감사함임을.

함께 공감하고 나눌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농담처럼

주술처럼

하지만 간절함을 담아

 

나는 특별해, 나는 현명해.

지금 모자라도 모자란 걸 아니까 채워갈거야

넘어져본 적 있으니 털고 일어나는 법을 알고

지금 아픈 상처는 언젠가 아물 거라는 것도 알고

버릴 것과 간직해야 할 것의 경중을 따져 가릴 줄 알고

사람 가까이 사람과 더불어 웃고 행복할 수 있는 진심을 가졌고

화내거나 미워하거나 원망하고 후회하며 시간을 낭비한 적 없으니

나는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고 사랑받을 수 있고 행복할 자격이 있는 거라고

오늘도 내가 나에게 다독이며 말을 합니다.

 

그렇게 또 아름다운 6월을 열어갑니다.

 

행복하고 눈부신 6월, 이 마음 안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