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청주 다연, 5월의 인사

다연바람숲 2017. 5. 11. 15:54

 

 

 

 

 

 

 

 

 

 

 

바빴어요.

아주 많이 바빴어요.

충남에서 또 충남으로, 전라도로, 경기도로,

모두 일 때문이었지만 모두 여행이고 모두 소풍처럼 다녀 온 날들이 많았어요.

 

길었던 연휴 안에 가족 중 두 명의 생일이 들어있고,

그 하루하루 챙기고 나니 어버이날이고 투표일이고. .

다연의 문을 닫는 날은 없었지만 문이 닫힌 시간이 많아지는 날들의 연속이었어요.

 

가구 하나를 배송하고나면 새로운 식구가 들어와 자리를 잡느라 작은 소란이 일고

늘 하는 일인데도 세상의 분위기에 휩쓸려 어수선하고 정신없는 5월을 여기까지 지나왔어요.

그럼에도 참 많이 즐겁고 참 많이 행복한 날들이었어요.

 

해마다 오는 봄도 제대로 못보고 어어하다가 여름 맞기 일쑤였는데

몇 해 동안 제대로 한 번 본 적 없는 아까시꽃을 올해는 눈이 부시도록 보고 또 보고

산벚꽃 번지는 풍경부터, 어린 연두빛 번지는 산빛에서 아까시꽃 점령한 하얀 산빛까지

올해는 여한없이 봄의 풍경들을 바라보며 왔어요. 그러니 행복하다할 수 밖에요.

 

다연의 뒤란엔 애기똥풀이 자라요. 아니, 애기똥풀만 자라요.

깔끔하신 분들이 보면 폐허의 풍경같아 게으른 사람의 증거로 보이겠지만 엄연히 저의 꽃밭여요.

싹이 나오니 두고 자라니 그냥 두고 꽃을 피우니 어여뻐 냅두고 애기똥풀 그 꽃이름 불러주며 함께 살아요.

제법 키까지 자라 비오면 쓰러지고 발에 걸리기도 하고 애기똥같은 꽃잎 뚝뚝 떨구지만 그래도 그냥 그대로 좋은걸요. 

무언가를 그냥 두고 바라볼 수 있는 여유, 문을 열면 그 풍경 그대로 샵안에 들여놓는 이 여유도 행복인걸요.

 

샵앞의 초록이들도 무럭무럭 자라고 피고지고 피고지고 연신 꽃을 피워요.

올해도 나쁜 손이 다녀가셔서 분홍빛 제라늄을 뿌리째 뽑아가버렸지만 매일 새로운 꽃을 피워올리는 풍경이 마음에 들어요.

소소하지만 커다란 행복이. . . 분주하고 바쁨 속에도 있고, 게으르고 느린 여유 속에도 있어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네. 네. 저는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