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밤벚꽃 그늘 아래서

다연바람숲 2017. 4. 10. 16:31

 

 

 

 

 

밤 벚꽃 아래서 참 아득하였습니다.

백 년 전의 나인 듯도 하고, 삼십 년 전의 나인 듯도 하였습니다.

벚꽃 아래 그리운 사람이 없다는 것도 참 다행이다 하였습니다.

 

벚꽃이 피었는데 이 생에 벚꽃 아래 함께 했던 그리운 기억 없으니,

세상의 그 누구도 그리워하지 않았다고 죄가 되지는 않겠지요.

 

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이 이젠 개나리 진달래가 아니라 벚꽃이라는데 

길을 나서면 길 가의 가로수 벚꽃까지 흐드러지게 피어 난분분 꽃잎을 휘날리는데

보다가 눈이 부실 그 꽃빛에 떠올릴 이름 하나 없는 것이 어쩌면 이 봄 더 고요한 이유겠지요.

 

밤 벚꽃 그늘 아래서 아득하였습니다.

사람들의 발길에 떠밀려 걷던 그 꽃 그늘에서 아득하였습니다.

꿈길인듯 꽃길인 듯, 화양연화 눈 부시게 아름다운 한 때가 거기 있는듯 하였습니다.

흘러가는 것이 사람이 아니라, 시간이 아니라, 정지된 시간을 꽃이 흘러가는 듯 하였습니다.

 

꽃 보고 오셨나요?

흐드러진 일장춘몽의 꽃 그늘 아래 다녀오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