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벚꽃 아래서 참 아득하였습니다.
백 년 전의 나인 듯도 하고, 삼십 년 전의 나인 듯도 하였습니다.
벚꽃 아래 그리운 사람이 없다는 것도 참 다행이다 하였습니다.
벚꽃이 피었는데 이 생에 벚꽃 아래 함께 했던 그리운 기억 없으니,
세상의 그 누구도 그리워하지 않았다고 죄가 되지는 않겠지요.
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이 이젠 개나리 진달래가 아니라 벚꽃이라는데
길을 나서면 길 가의 가로수 벚꽃까지 흐드러지게 피어 난분분 꽃잎을 휘날리는데
보다가 눈이 부실 그 꽃빛에 떠올릴 이름 하나 없는 것이 어쩌면 이 봄 더 고요한 이유겠지요.
밤 벚꽃 그늘 아래서 아득하였습니다.
사람들의 발길에 떠밀려 걷던 그 꽃 그늘에서 아득하였습니다.
꿈길인듯 꽃길인 듯, 화양연화 눈 부시게 아름다운 한 때가 거기 있는듯 하였습니다.
흘러가는 것이 사람이 아니라, 시간이 아니라, 정지된 시간을 꽃이 흘러가는 듯 하였습니다.
꽃 보고 오셨나요?
흐드러진 일장춘몽의 꽃 그늘 아래 다녀오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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