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4월, 만물이 생명을 얻는 달

다연바람숲 2017. 4. 1. 15:02

 

 

 

인디언 달력 4월

 

 

생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달 / 블랙푸트족

머리맡에 씨앗을 두고 자는 달 / 체로키족

거위가 알을 낳는 달 / 사이엔족

얼음이 풀리는 달 / 히다차족

옥수수 심는 달 / 위네바고족

만물이 생명을 얻는 달 / 동부 체로키족

곧 더워지는 달 / 카이오와족

큰 봄의 달 / 무스코기족

강한 달 / 피마족

잎사귀가 인사하는 달 / 오글라라 라코타족

네 번째 손가락 달 / 클라마트족

 

 

*

 

모질었던 시간을 견디는 동안 모질게 꽃이 피었다.

모질었던 시간과 결별하는 동안 어느 꽃은 피고 또 어느 꽃은 졌다.

견디고 있다고, 살아 있다고 외치고 싶을 때 꽃들은 피었다.

보여준 생애만으로도 기꺼워 더이상 할 말이 없을 때 꽃들은 진다.

 

삼월은 고요하였고 소란스러웠으며 지극하였다.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달라졌다.

숨을 죽이고 있던 생명들이 힘겹게 봄에 안착하는 동안

잊혀질 것과 버려질 것과 남겨질 기억들이 분리수거 되었다.

 

추적추적 봄비를 맞으며 삼월이 가고 사월이 왔다.

사월 첫 날을 적시며 진눈깨비가 내렸지만 아무도 봄을 의심하지 않는다.

 

기어이 봄날이다. 기어이 사월이다.

살아 있어서, 생명이 눈부시게 아름다워서,

생의 기쁨과 변화가 너무나 경이로워서 잔인한 사월이다.

 

새로운 계절과 악수하시라.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땅과 입맞추시라.

이제 더욱 더 거대해지는 큰 봄과 포옹하시라.

미치도록 아름다운 봄날과의 연애에 빠져보시라

 

그리하여 어느 날, 삶의 황홀함으로

사월은 잔인하였다 말할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