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4月

다연바람숲 2017. 4. 14. 15:17

 

 

 

 

4月

 

 

모질었던 시간을 견디는 동안 모질게 꽃이 피었다

모질었던 시간과 결별하는 동안 어느 꽃은 피고 또 어느 꽃은 졌다

견디고 있다고, 살아 있다고 외치고 싶을 때 꽃들은 피었다

보여준 생애만으로도 기꺼워 더는 할 말이 없을 때 꽃들은 진다

 

삼월은 고요하였고 소란스러웠으며 지극하였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달라졌다

숨을 죽이고 있던 감정들이 힘겹게 봄에 안착하는 동안

잊혀질 것과 버려질 것과 남겨질 기억들이 분리수거 되었다

 

추적추적 봄비를 맞으며 삼월이 가고 사월이 왔다

사월 첫날을 적시며 진눈깨비가 내렸지만 아무도 봄을 의심하지 않았다

 

거짓말처럼 사월이다

막막하던 봄날의 봄날이다

당신을 버리고 찾은 봄이므로

이 사월, 기어이 나는 행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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