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그 여자,
능수능란하였지요
끼라는 끼는 죄다 色気가 되었는지
눈웃음은 화려하고 수작은 현란하였지요
은근슬쩍 사내의 가슴팍을 더듬다가
스리슬쩍 허리춤 휘어 감는 일은 다반사
스스로 나비인 줄 알았다가 포로가 된 사내들은
치명적인 色에 홀려 눈이 멀기도 하였다지요
전생에 사무친 연애라도 있으신가
멈출 줄 모르는 저 지독한 환멸,
어떤 포옹은 논개처럼 비장하기도 하였을라나
그 여자, 흐드러진 한 철 바라보다가
꽃 아닌 나도 한 번 피어나 보자 했던 것인데
나는 그만, 내가 눈이 멀고 말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