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능소화

다연바람숲 2017. 3. 29. 13:15

 

 

 

능소화

 

그 여자,

능수능란하였지요

끼라는 끼는 죄다  되었는지

눈웃음은 화려하고 수작은 현란하였지요

 

은근슬쩍 사내의 가슴팍을 더듬다가

스리슬쩍 허리춤 휘어 감는 일은 다반사

스스로 나비인 줄 알았다가 포로가 된 사내들은

치명적인 色에 홀려 눈이 멀기도 하였다지요 

 

전생에 사무친 연애라도 있으신가

멈출 줄 모르는 저 지독한 환멸,

어떤 포옹은 논개처럼 비장하기도 하였을라나

 

그 여자, 흐드러진 한 철 바라보다가

꽃 아닌 나도 한 번 피어나 보자 했던 것인데

나는 그만, 내가 눈이 멀고 말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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