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가을

다연바람숲 2017. 3. 16. 18:16

 

 

가을

 

 

상가에 가는 날이 잦아졌다

청첩장을 받는 일이 많아졌다

피붙이들 여의고 고아가 되거나

고독해지는 어른들이 많아졌다

 

사내들은 외로워서 술을 마시고

여자들은 쓸쓸해서 친구를 만났다

사내들은 고독해서 일찍 귀가를 하고

여자들은 고독해질까봐 외출을 했다

 

희미해지는 기억과

희미해진 시력과 희미해진 옛사랑 때문에

지나간 유행가에도 눈물 헤픈 어른들이 많아졌으나

정작 슬픈 일에는 감정들이 무뎌져 울지 않았다

 

만남보다 이별에 익숙해져서

받아 적은 생의 오답에도 익숙해져서

끝내 불가능한 운명에도 익숙해져서

단풍이 들거나 낙엽이 지거나 바람이 불거나

스스로 계절이 되어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가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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