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은유를 모른다
은유를 몰라서 불행하진 않았지만
부끄러운 적은 있었다
더러 남의 은유를 훔쳐 내 것처럼 포장하거나
더러 남의 은유에 은근슬쩍 나의 은유를 얹어도
들키거나 비난받아본 적은 없지만
지독한 불능과 무능의 언어는 언제나 부끄러웠다
더러 어떤 이는
나의 줏대없이 어설픈 말을 은유라 하고
더러 어떤 이는
고여진 말문이 트이기 전이라 하고
내가 좌절한 은유를 아직은 침묵이라 위안할 때도
오만이 꿈틀거렸을 뿐 희망은 생겨나지 않았다
나는 은유를 모른다
은유는 알지만 은유할 줄 모른다
은유할 줄 알지만 제대로 은유하는 법을 모른다
그래서 나의 시는 쓰여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