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잎이 지는데 달이 밝다
당신의 농담 같다
가을비 내린 날의 저녁,
쌀쌀하거나 쓸쓸하거나
생의 거처를 옮긴 나뭇잎들 무심하고
텅 빈 길을 가로질러 달려오는 바람 속엔
아직 한낮의 비내음이 젖어있다
늘 웃어야 할 때를 놓치는
당신의 농담 같은 썰렁한 저녁을
누군가 울고 지나갔다
내가 뭘, 나더러 어쩌라고,
혼잣말처럼 전화기에 외쳐대며
울먹이는 여자의 느리고 느린 걸음을
차가운 달그림자가 따라갔다
달이 밝은데 후드득 잎이 진다
나뭇잎에 숨었던 빗방울이 또 후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