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어제의 눈물 / 김상미

다연바람숲 2017. 3. 23. 11:39

 

 

 

어제의 눈물 / 김상미

 

 

꽃을 좋아하는 당신

오늘은 어떤 꽃을 드릴까요?

어디에나 피어 있고 아무데서나 지는 꽃

깊은 바다로 스며들지 못하고 말라버린 빗방울처럼

모든 꽃들은 어제를 위해 존재하고 어제를 위해 울죠

어제의 빈칸 옆에 우두커니 서서

누군가의 발소리와 목소리를 기다리죠

 

고독한 수선화의 매혹도 라벤더의 끈질긴 순종도

우정 깊은 라일락의 순수한 감동도 목련의 숭고한 사랑도

맨드라미의 타오르는 가슴 졸임도

독립적이고 쾌활한 엉겅퀴의 내밀하게 감춰진 황홀한 문장도

당신이 열에 들떠 소모한 어제의 기복들이 만들어낸 새빨간 절창

 

그 목마름 때문에 꽃들은 다른 꽃들이 옆에서 죽어갈 때도

더 많은 햇빛과 물, 더 많은 벌과 나비로 그 자리를 메우죠

걸핏하면 당신이 순간순간 희망의 목을 치며 화를 낼 때에도

꽃들은 말없이 제 향기에 부드럽고 치명적인 독을 숨겨놓죠

누군가의 발소리만 들어도 단박에 그가 누구인지 알아챌 수 있도록

 

그러니 꽃을 좋아하는 당신

너무 성급하게 아무 꽃이나 가슴에 담지 말아요

아무리 당신이 꽃들을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존재로 여긴다 해도

당신 눈에 비친 꽃들의 모습이 아무리 일렁이는 사랑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해도

당신만은 그걸 잊으면 안 돼요

모든 꽃들은 한 해밖에 살지 않지만 그 한 해는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그리고 그 꽃들은 어제 당신이 물을 주며 행복해했던 그 자리에서

그대로 피어나

당신이 남몰래 흘린 어제의 눈물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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