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봄날은 간다 /조용미

다연바람숲 2017. 3. 31. 17:33

 

 

 

 

 봄날은 간다 /조용미  

 

 

  내가 보낸 삼월을 무엇이라 해야 하나

  이월 매화에 춘설이 난분분했다고, 봄비가 또 그 매화 봉오리를 적셨다고

  어느 날은 춘풍이 하도 매워 매화 잎을 여럿 떨어뜨렸다고

  하여 매화 보러 길 떠났다 바람이 찬 하루는

  허공을 쓸어 담듯 손을 뻗어 빈손을 움켜쥐어보며 종일 누워 있었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그저 한 순간과 다음 순간 사이의 빈틈에서 별똥별이 두 번이나 떨어졌다고 해야 하나

  무슨 귀하고 애틋한 것이 지상에서 사라지는지 별똥별이

  몸을 누이고 있었던 그 적막한 날의 客窓으로

  한 번은 길게 또 한 번은 짧게 안으로 쏟아지듯 스러졌다고 말해야 할지

 

  내가 알 수 없는 그 일이 여러 날 마음을 지그시 누르며

  어릿어릿 사람을 아프게 했다고 할까

 

  내가 보낸 삼월은 그리하여 그늘도, 꽃도, 적막함도, 가파름도 함께였는데

  삼월이 간다고, 괜히 봄비 내리는 저녁을 탓한다네

  별똥별이 떨어진 그날 무엇이 내게로 와 사라진다 말한 건지

  긴 저녁의 빗소리로 삼월을 마저 보내면 나는 또 누구의 눈앞에서 별똥별 같은 것이 되어

 

  삼월이 아주 간다고 그렇게 말하며 스러지게 되는 걸까

  내게 그리움이 찾아들었다고, 서러움이 다시 시작되었노라고

  알 수 없는 가파른 그 높이를 천천히 한 걸음씩 다 걸어가보아야 할 거라고

  나는 내게 나지막이 밤하늘을 바라보며 그렇게 속삭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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