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보름날 / 고은
정월 대보름날 단단히 추운 날
식전부터 바쁜 아낙네
밥손님 올 줄 알고
미리 오곡밥
질경이나물 한 가지
사립짝 언저리 확 위에 내다 놓는다
이윽고 환갑 거지 회오리처럼 나타나
한바탕 타령 늘어놓으려 하다가
오곡밥 넣어가지고 그냥 간다
삼백예순 날 오늘만 하여라 동냥자루 불룩하구나
한바퀴 썩 돌고 동구 밖 나가는 판에
다른 거지 만나니
그네들끼리 무던히도 반갑구나
이 동네 갈 것 없네 다 돌았네
자 우리도 개보름 쇠세 하더니
마른 삭정이 꺾어다 불 놓고
그 불에 몸 녹이며
이 집 저 집 밥덩어리 꺼내 먹으며
두 거지 밥 한 입 가득히 웃다가 목메인다
어느새 까치 동무들 알고 와서 그 부근 얼쩡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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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대보름 날은 오고 둥근 달은 뜨는데
이제 시인의 시 속, 대보름 날은 동화같은 이야기가 되었어요.
어른들이 모여 나누는 보름날의 이야기 속엔,
어린 시절의 추억이 보름달 같은 웃음을 담고 있는데
그 이야기 하나하나 듣다보면 해학, 우정, 사랑이 모두 깃들고 버무려진 옛날 이야기만 같아요.
생각해보면 그리 오래 전의 이야기도 아닌데,
그때의 그 어린 아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어제 그토록 춥고 눈보라가 날리더니 오늘은 하늘이 맑아요.
오늘 밤 둥실 보름달이 뜨시거든 달보며 소원도 빌어요.
이제 시작이라는 의미의 대보름이니까, 이제 시작입니다.
삶의 농사도 올 한 해 알차게 풍년을 향해 가야지요.
만월처럼 가득하고 행복한 대보름날 보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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