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단상 - 바람엽서

행복은 지금, 여기 있는 것.

다연바람숲 2017. 1. 30. 21:19

 

연말이라 친구에게 그 사람 소식을 물었더니, 언젠가 통화 중에 지금 죽어도 괜찮다, 는 말을 했다고 한다.당장 지구가 멸망해도 여한이 없을 만큼 잘 사는구나 싶었는데 친구의 다음 설명은 달랐다. 지금 죽고 싶을 만큼 행복하지 않다는 얘기라고 했다. 돈이 다는 아니겠지, 라며 씁쓸하게 자신의 생각을 얹었다. 그런 심정으로 살고 있었다니, 멍해졌다. 자신감에서 오는 쾌활함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쾌활함으로 불행을 분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돈이 행복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결코 돈으로 행복을 살 순 없었다.어리석게 나는 그때 십만 원짜리 모에 샹동을 마시면 좀 더 행복해질 거라고 부러워했었다. 내가 언젠가 천만 원짜리 백을 살 수 있는 경제력이 생긴다면 더 행복해질 거라고 믿었다.

 

행복은 결코 ‘그때’에 있지 않다. 그리고 ‘언젠가’에도 없을 것이다.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이 자리, 지금 나와 같이 있는 이 사람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이것들에만 있는 것이다.

 

조진국 산문집 <외로움의 온도> - 「천만 원어치의 행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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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만 열면 세상 사람, 세상 일, 모든 게 불평 불만인 사람들이 있다.

 

이웃은 가십 대상이며 뉴스는 공격 대상이고 촛불을 들면 빨갱이가 된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무식한 사람이고 자신의 생각에 반기를 들면 세상의 상놈, 나쁜 사람이다.

 

좋은 차를 타면 있는 사람이고 덜덜 거리는 낡은 차를 타면 없는 사람이다.

 

in 서울 대학정도는 나와줘야 배운 사람이고 전문대 정도는 똥통이다.

 

경조사 봉투를 하면 세상엔 자신을 뜯어먹는 거지들만 있는 것이고, 남이 자신에게 베푼 호의나 선물에는 절대 감사라는 말을 모른다.

 

사람의 마음을 얻기위해 물질은 쓸 줄 알아도 마음은 쓸 줄을 모른다.

 

그것이 자식이거나 이웃이거나 사람은 이해하고 인정해야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에게 굴복하지 않는한 적대시해야할 대상이다.

 

상대가 누구거나 자신이 알고있는 그 사람의 사소한 과거나 실수가 그 사람의 약점이고 인품이며 짖밟고 깔아뭉갤 폄하의 이유이다.

 

자신이 듣는 칭찬은 당연한 것이고 남이 듣는 칭찬은 오판이다.

 

칭찬은 모르고 독설만 있다.

 

겸손은 없고 오만만 있다.

 

듣는 귀는 없고 말하는 입만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인간은 두 부류만 존재한다. 자신과 자신보다 약한 자.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과연 남을 비웃고 평가할만큼 많이 배웠는가, 많이 가졌는가, 화목한 가정을 일구고 지켰는가, 땀흘려 일하고 최선을 다해 살았는가, 성숙한 인품을 가졌는가, 떳떳하게 올바르게 잘 살았는가, 부끄러운 과거는 없는가, 누구에게나 존경받을만큼 성공한 인생을 살았는가,

 

그 대답은 글쎄올시다... 이다.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게 나무라는 격만 아니면 다행인데 딱 그 격이다. 진짜 많이 배우고 진짜 능력있고 진짜 제대로 된 인생을 살고, 진짜 성숙한 인품을 가진 사람이라면 남의 말을 함부로 하거나 쉽게 남을 헐뜯고 비난하지 않는다. 실패한 사람에게 낙오자라는 손가락질을 하는게 아니라 용기낼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잡아줄 것이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무조건 적대자가 아니라 입장의 차이를 존중하고 이해할 것이다. 가십삼아 던진 말과 독설에 상처받아 등을 돌린 사람들에게 돌팔매질을 하는게 아니라 등을 돌려 용서를 구할 것이다. 입만 열면 세상 모든 것에 대한 부정적인 말이 아니라,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는 따뜻한 긍정을 말할 것이다. 그들이 그토록 욕하고 흉보고 비판하는 세상의 그 많은 사람들이 결국 그들 자신의 모습이라걸 깨닫는다면. 그렇게 어른이 된다면.

 

하지만 그런 일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람들은 절대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 없다. 타인의 선의의 충고나 친절한 지적도 악의에 찬 독설로 받아들일 뿐, 후회나 반성이나 스스로를 성찰하는 일따위 결코 없다. 어디서 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기때문에 끝내 그렇게 사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돈이 인격이고 힘이라고 믿는다.

정작 입만 열면 쓰레기같은 말만 쏟아내면서, 좋은 차를 타야하고 좋은 옷을 입어야 하고 명품 시계를 차야하고, 어떤 인맥을 가졌고, 남들에게 보여지는 외면적인 모습에만 치중하면서 그것이 남들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인품이고 인격이라 믿는다. 가진 것에 대한 소중함은 모르면서 늘 부족하고 불만스럽다. 모난 성품때문에 오래 옆에 있어주는 사람들이 없으니 언제나 외롭다. 가진 척, 있는 척은 해도 정작 힘들고 아프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마음 주는 법을 모르니 돈으로 사람도 샀다가 결국 돈으로 사람을 잃거나 이용당한다.

 

긍정과 관용, 이해와 사랑, 포용과 용서, 균형과 조화, 겸손과 배려, 그것은 결국 사람들 사이에서, 삶 속에서 스스로 깨닫고 배우고 익혀야하는 것이므로, 변화할 수 없다면 고립과 비난도 그들의 몫이며 그들의 삶이다.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고도 불행한 이유를 모르고 불행하니 불행하다.

 

행복은 결코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가져서 부족하고 불행하다면 덜 가진 만족이 행복이다.

그 사람이 어떻게 사는가가 아니라 자신보다 덜 가진 이유로 사람을 조롱하고 멸시한다면 쓰레기같은 인격이나 성품이 누구에게나 존중받지는 않는다. 조금 베풀었다고 상대를 얕잡아 보거나 상대의 인격까지 산 것인양 오만하다면 그것은 스스로 인간 관계의 고립을 자초하는 지름길이다. 앞에서 고개 숙이는 사람은 있을 것이나 등 뒤에서는 귀가 가렵도록 숱한 욕설과 비난을 감수해야할 것이다.

 

더불어 행복,

혼자서 완성하는 행복은 없다.

사람 사이에서 사람과 더불어 나눌 때 행복은 더 소중하고 가치가 있는 것이다.

 

"행복은 결코 ‘그때’에 있지 않다. 그리고 ‘언젠가’에도 없을 것이다.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이 자리, 지금 나와 같이 있는 이 사람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이것들에만 있는 것이다."

 

지금 행복하신가?

지금 함께 있는 사람들 속에서 행복하신가?

지금 곁에 있는 모든 것들로부터 행복을 느끼시는가?

 

그렇다면 당신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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