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열정 - 끌리는詩

내소사 / 도종환

다연바람숲 2017. 1. 25. 09:04

 

내소사 / 도종환

 

내소사 다녀왔으므로 내소사 안다고 해도 될까

전나무 숲길 오래 걸었으므로

삼층석탑 전신 속속들이 보았으므로

백의관음보살좌상 눈부처로 있었으므로

단청 지운 맨얼굴을 사랑하였으므로

내소사도 나를 사랑한다고 믿어도 될까

깊고 긴 숲 지나

요사채 안쪽까지 드나들 수 있었으므로

나는 특별히 사랑받고 있다고 믿었다

그가 붉은 단풍으로 절정의 시간을 지날 때나

능가산 품에 깃들여 고즈넉할 때는 나도

그로 인해 깊어지고 있었으므로

그의 배경이 되어주는 푸른 하늘까지

다 안다고 말하곤 했다

정작 그의 적막을 모르면서

종양이 자라는 것 같은 세월을 함께 보내지 않았으면서

그의 오래된 내상(內傷)과 함께 있지 않았으면서

그가 왜 적소폭포 같은 걸 내면에 지니고 있는지

그의 내면 곳곳이 왜 낭떠러지인지 알지 못하면서

어찌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그의 곁에 사월 꽃등 행렬 가득하였으므로

그의 기둥과 주춧돌 하나까지 사랑스러웠으므로

사랑했다 말할 수 있을까

해 기울면 그의 그리움이

어느 산기슭과 벼랑을 헤매다 오는지 알지 못하면서

포(包)* 하나가 채워지지 않은 그의 법당이

몇백년을 어떻게 버틸 수 있었는지 알지 못하면서

그의 흐느낌 그의 살에 떨어진 촛농을 모르면서

 

 

* 공포(栱包) : 처마의 무게를 받치려고 기둥머리에 짜 맞추어 댄 나무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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