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독서 - 빌리는 말

그 한마디에 물들다 / 김경미

다연바람숲 2016. 9. 5. 20:02

 

 

 

 

 

내가 1년 전에 한 말, 혹시 생각나?

삶은 내 자신의 삶도 그렇고,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었고

또 앞으로도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고 한 말.

삶은 반짝거리는 우연에 의해 지배당하는 거라고.

 

그러고 보면 별은 하늘에서만 반짝대는 게 아닐 듯 합니다. 우리의 일상에야말로 누군가가 숨겨놓은 우연이란 별들이 여기저기 수없이 숨겨져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찾는 사람들에겐 언제고 '필연적'으로 발견되기 위해서 그 빛을 숨기고 있는 작은 사금파리들. 아주 작은 알갱이 같지만 꺼내 들어보면 영원할 것 같던 거대한 증오의 벽이나 담을 순식간에 무너뜨리거나, 여든 살에 첫사랑을 다시 만나 첫 결혼을 하게 되거나, 몇 십 년 함께 일해온 옆자리 동료가 헤어진 친자매임을 알게 하는 엄청난 괴력의 '우연'들. . . .

 

밤하늘엔 별이 반짝대고

지상엔 '우연들'이 반짝대고

빛난다고 모두 황금이 아니라지만

모든 걸 황금으로 만드는 '우연'의 반짝임들.

참으로 눈부신 신비로움들.

빨리 맞닥뜨리고 싶은 그 나비들.

지금은 어디를 날면서,

혹은 어느 풀밭, 누구의 어깨 위에 앉아서

모른 척 놀라운 일을 준비하고 있을런지요.

 

김경미 시인 < 그 한마디에 물들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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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거짓말같은 우연들이 개척해 온 역사에 관한 말들도 진부한 이야기.

몇 년만에 찾은 고향의 거리에서 우연히 첫사랑을 만나 사랑하고 결혼했다는 스토리도 평범한 이야기.

 

우연은 짧은 찰나, 순간처럼 다가오고, 그 순간들이 모여 모든 시간과 기억을 이루고

어쩌다 한 순간의 우연이 삶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거나, 어쩌다의 우연이 필연으로 다가오거나

그 숱한 우연들이 오래 전엔 꿈 꾸거나 상상조차 하지못했던 지금의 삶으로 나를 이끌고 왔음을.

 

눈부신 신비로움,

신비로운 우연의 나비,

지금은 어디를 날면서 또 얼마나 반짝거리는 삶을 준비하고 있는가.

 

그리하여 1년 후의 나는 또 어떤 길에서 이 놀라운 나비를 맞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