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

다연바람숲 2016. 1. 30. 11:45

 

 

 

 

 

 

 

 

 

 

 

 

 

 

 

 

 

 

 

 

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하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의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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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훌쩍 떠나도 보는거지요.

내게 익숙하진 않지만 낯설지않은 풍경 속에 마음을 맡기고 걸어도 보는거지요.

 

어디에 사는 아무개가 아니라 여기에 있는 내가 되어서 나와는 전혀 다른 도시와 거리와 사람들과도 부딪쳐보는 거지요.

 

세상은 내가 원하는대로 만만하거나 호락호락하지않았지만 거기에 고개 숙이고 좌절하고 무너질만큼 나도 만만하지않았다고 내가 나를 다독이기에 여행만큼 좋은 친구도 없는 것이지요.

 

떠나보니 알 것 같습니다.

돌아와보니 알 것 같습니다.

세상길부터 마음길까지 어떤 길을 에돌아 걸어도 그 길,

결국은 내가 내게로 돌아오는 길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