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96 깊이 39 높이 60
더러 마음을 바짝 긴장하게하는 가구들이 있어요.
이런 앞바탕에 이런 경첩, 이런 감잡이에 이런 들쇠를 쓰면 어느 지역의 반닫이,
그런 식의 일반적이고 통상적인 형식을 잘 갖춘 가구라면 설명도 쉽고 문제될 것 없이 수월하지만
딱히 어느 지역의 대표적인 형식을 따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문헌에 설명이 되어있는 부류도 아니고
더구나 앞바탕이며 경첩이며 감잡이며 들쇠 등의 여러 형식이 혼용되어있을 경우 딱히 지명을 명하기 난감해지기도 하는 것이지요.
지금 보여드리는 이 반닫이가 그런 반닫이 중 하나가 될 거여요.
그런 저런 일반적인 형식과는 차별화된 이 반닫이를, 그래서 조금 더 눈여겨 보셔야할 거여요.
윗바탕 이엽二葉 의 형태, 들쇠나 배꼽 장석없이 단순한 앞널과 문판, 박쥐형 두 개의 경첩과 판형 감잡이,
공식에 딱 맞아떨어지는 지역적인 통일성은 없지만 제 각각의 형식들을 미루어 경상도 반닫이로 분류를 했어요.
소나무로 만들어졌고 색이 바래 지금은 희미한 흔적으로 남았지만 주칠이 된 반닫이로 짐작을 해요.
이 반닫이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윗널과 문판과 앞널에 있는 광두정이어요.
윗널의 사개물림 부분에는 원형의 광두정을 박아 물림을 단단하게 여며주었고
일반적인 광두정이 화형의 형식을 가졌다고 할 때 이 반닫이의 문판과 앞널의 광두정은 전혀 다른 양식의 모양을 지녔어요.
어찌보면 복주머니도 같고 어찌보면 박쥐 문양의 변형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작은 새의 모양도 같고,
일반적으로 보아왔던 광두정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광두정여요.
이 반닫이는 문판에 그 흔한 작은 들쇠가 없어요.
앞널 중앙에도 문을 열 때 충격을 완화해주는 그 흔한 들쇠나 배꼽장석도 없어요.
장석이라는 것이 단순해도 너무 단순하다싶을만큼 단 두 개의 경첩에 소박하게 몇 몇의 광두정을 넣었을 뿐이지요.
하지만 그 단순함을 한번에 반전시키는 것이 문판 오른 쪽에 있어요.
큰 대 大 자가 새겨진 작은 장석이어요.
어떤 이유로, 어떤 의미로 저 큰 大자가 저 자리에 놓이게 되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지요.
문 안 쪽에 있는 글씨들도 눈여겨 보셔요.
어떤 특별한 날이거나 일들을 기록해놓은 듯한데 암호를 풀듯 해독하다보면 반닫이의 역사도 읽어낼 수 있지않을까요?
다른 것과 조금 달라서, 조금 특이해서 조금 더 특별한 느낌을 주는 이런 반닫이를 찾는 분도 계실거여요.
단순해보이지만 어쩌면 더 많은 꺼리 -볼 꺼리, 알 꺼리 -를 제공해줄지도 모를 이런 반닫이라면, 기꺼이 품으셔도 후회없을 거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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