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독서 - 빌리는 말

즐거운 나의 집 / 공지영

다연바람숲 2015. 5. 30. 19:12

 

 

 

- 이상하게도 약한 모습을 보면 우리는 그 사람을 뭐랄까, 사랑하게 된다. 걱정하게 되고, 에잇, 왜 그렇게 못난 거야. 하면서도 머릿속에서 내쫓을 수가 없게 된다.

 

- 누군가 그랬다. 지명은 대지 위에 세워진 하나의 기호가 아니라 상처의 다른 이름이라고.

 

- 엄마는 입버릇처럼 " 미리 걱정하면 무슨 소용 있겠어. 닥쳐서 걱정해도 늦지 않아. 곰곰 생각해보고 바꿀 수 있는 일이면 열심히 준비해야겠지만 그럴 수 없는 일이면 얼른 단념하고 재밌게 지내는 거야"

 

- 사랑을 한다는 것은 머물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산 사람의 몫이니까. 산사람은 키와 머리칼이 자라고 주름이 깊어지며 하루에 천개의 세포를 죽여 몸 밖으로 쏟아내고 쉴 새 없이 새 피를 만들어 혈관을 적신다. 집 안을 떠도는 먼지의 칠십 퍼센트는 사람에게서 떨어져 나온 죽은 세포라는 기사를 인터넷으로 본 적이 있었다. 그 때부터 집 안의 먼지 하나도 예사로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어제의 나의 흔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어제의 나는 분명 오늘의 나와는 다른 것이다. 그런데 또 어제의 나도 오늘의 나인 것이다. 이 이상한 논리의 뫼비우스 띠가 삶일까?

 

- 이상하게도 나는 그때 알게 되었다. 이혼한 가정의 아이들이 왜 불행한지. 그건 대개 엄마가 불행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부부가 불화하는 집 아이들이 왜 불행한지도 어렴풋이 느껴졌다. 그건 엄마가 불행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아, 이 세상에서 엄마라는 종족의 힘은 얼마나 센지, 그리고 그렇게 힘이 센 종족이 얼마나 오래도록 제 힘이 얼마나 센지도 모른 채로 슬펐는지.

 

- 괜찮아, 울어. ...... 우는 건 좋은 거야. 좀 정리가 된다는 거거든. 맘 속에 나쁜 열기가 가득하면 온몸의 물기가 다 말라버려서 울지도 못해. ...... 그러니까 괜찮아. 울고 싶은 만큼 실컷 울어.

 

- 어떤 순간에도 너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을 그만두어서는 안 돼. 너도 모자라고 엄마도 모자라고 아빠도 모자라...... 하지만 그렇다고 그 모자람 때문에 누구를 멸시하거나 미워할 권리는 없어. 괜찮은 거야. 그담에 또 잘하면 되는 거야. 잘못하면 또 고치면 되는 거야. 그담에 잘못하면 또 고치고, 고치려고 노력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남을 사랑할 수가 있는 거야.

 

- 누군가 말해주었었다. 실상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 가지 말뿐이라고. '넌 소중한 사람이야' '너를 용서해' 그리고 '너를 사랑해'

 

-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우리의 성장과 행복은 그 반응에 달려 있다

 

- 참 이상하다. 내가 힘들고 내가 불행하다고 느꼈을 때, 세상에는 그렇게 이상하고 그렇게 나쁜 사람들만 사는 것 같았는데, 내가 행복하고 내가 편안할 때는 세상에 좋은 사람들이 넘쳐난다. 아니, 실은 그게 반대로 되는 것이던가.

 

- 네가 원하는 것을 해라 괜찮아......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하는 자유는 인내라는 것을 지불하지 않고는 얻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 아침 힘겨운 얼굴로 자고 있는 엄마를 보자 온몸으로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엄마의 말이 떠올라왔다. 온몸으로, 온몸으로, 그리고 그것은 실은 나누어 질 수는 없는 종류의 것들이라는 것도 깨달아졌다. 엄마는 그렇게 엄마 몫의 삶을 지고, 나는 내 몫의 삶을 지고 가는 것, 아무리 사랑해도 각자가 지고 갈 짐을 다 들어줄 수는 없는 것, 그것이 인생일까

 

- 사람의 삶은 참 이상하다. 가장 절망적인 상황이 가장 극적으로 희망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변화무쌍한 삶,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기쁨만으로도 살 수 없고, 그래서 사람들은 또 하루를 이겨낼 힘을 얻나 보다.

 

-  그게 어떤 곳이든 그곳이 네가 최선을 다해야 하는 자리야...... 엄마가 좋아하는 시인의 시를 빌려 말하면 이런 거지......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