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청주 다연, 12월의 독백

다연바람숲 2014. 12. 3. 16:49

 

 

 

 

 

 

 

 

 

 

사람의 마음이란 게 참으로 간사합니다.

불과 며칠 전 까지도 가을의 정취에 빠져 세월 가는 줄 몰랐는데 이제 겨울이라고, 12월이라고 마음이 바빠집니다.

 

11월이 가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닌 것이 참으로 애매했다면,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고 작정이라도 했는지 12월 초하루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여직 창 밖에 흩날립니다.

 

남은 달력 한 장도 이제 온전히 다 찬 것은 아니어서

하루하루 마지막 날로부터 뺄셈이 가능해지는 날들입니다.

 

잘 사셨습니까?

네... 잘 살았습니다.

 

내게 묻고 내가 대답합니다.

 

해마다 이 맘때면 잘 살았다는 안도감과 위안보다 아쉽고 후회스러운 일이 많았는데, 올해는 아쉽고 후회스러운 일이 많지않으니 참 다행입니다.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습니다.

어떤 순간, 순간들은 죽을만큼 힘겹고 건너뛰고 도망치고 싶더니,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잘 견디고 잘 넘기고 잘 지나왔습니다.

 

견딜만 했으니 견뎠을 것이고 이길만 했으니 이겼을 것이지만 그렇게 지나 온 시간들이 오늘을 살게 한다는 걸 깨달을만큼 철도 들었으니 영 잘못 살아온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루고싶은 걸 이루었고

가지고싶은 걸 가졌고

버려야할 것은 버렸고

지켜야할 것은 지켰고

놓아야할 것은 놓았고,

천천히 한 걸음씩 오다보니 12월입니다.

 

한 해의 남은 시간도 천천히 가려합니다.

세월이란 것.. 시간이라는 것..

어차피 가고 오는 것, 서두를 이유 없지요.

 

모두 잘 살고 계시지요?

그 대답 모두 Yes! 이길 바랍니다.

모두 행복하시지요?

그 대답도 모두 Yes! 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