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자유를 외치다. 청주 사직동 카레 자유

다연바람숲 2014. 12. 1. 18:00

 

 

 

 

 

 

 

 

 

 

카레 자유의 구호는 후리덤! 자유여요.

있는 위치마저도 말 그대로 자유, 후리함이 느껴지는 곳이지요.

 

사실 오늘이 첫 방문은 아니었어요.

처음 카레 자유의 문을 열고 들어섰던 날은 보기좋게 퇴짜를 맞았더랬지요.

 

점심 시간이라 빈 자리가 없었고, 예약된 손님들때문에 점심 재료가 떨어졌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미안해하는 주인장을 뒤로하고 돌아서와야 했었어요.

 

오늘같은 날의 메뉴로 카레에 의기 투합했던 건, 어느 날 새벽 도둑눈처럼 흩날렸던 눈말고 제대로 첫 눈이 내려주어서이기도 했지만 마치 도전하기도 전에 포기한 것 같은, 카레 자유에 대한 오기였을지도 모르겠어요.

 

싸락눈 내리다 햇살, 햇살 비추다 함박눈, 함박눈 내리다 햇살, 그치나싶으면 내리고 내린다싶으면 눈보라... 그 눈보라를 뚫고 오늘은 카레 자유의 자유인이 되었어요.

 

작은 공간 안에 다다미를 들이고 일본식으로 꾸며진 실내가 깔끔하게 눈에 들어왔어요.

 

곳곳에 놓인 프라 모델과 피규어들은 주인장의 수집 목록이라고 해요. 완성된 프라모델들이 보여주는 포스도 눈길을 사로잡지만, 조립하는데 몇 시간씩 손수 공을 들인 것이라하니 하나하나 마음 가는 아기같은 존재들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다미 벽장을 장식한 만화책들도 눈길을 끌어요.남자라면 꿈꾸고 즐기는 세상이 거기 만화책들 속에도 보여요. 어쩌면 카레 자유 속의 물건들은 하나같이 남자들의 꿈이고 로망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꿈 꾸는 자유.. 남자들의 이루지못한 꿈의 자유가 프라모델 속에, 피규어에, 만화책 속에 있어요.

 

자유 구역을 선언한 카레 자유의 이유를 알 것 같아요.

 

헛걸음하고 돌아서 갔던 걸 먼저 기억해준 건 카레 자유의 주인이었어요. 너무 미안해해서 오히려 미안했어요.

 

강황의 가루를 넣어 지은 카레밥에 비벼먹는 카레라이스...

아주 담백하고 맛이 있어요. 처음으로 어머니의 조언 아래 김장을 손수했다는 주인장표 김치도 정말 맛이 있어요. 음식을 먹어보고 나서야 헛걸음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어요.

 

조금 의외의 곳에 있지만...

조금 낯선 모습이지만...

그건 젊음이라서 도전하고 해낼 수 있는 용기라는 생각을 해요.

 

이제 시작이라고, 걱정도 되고 조심스럽지만 아직 더 많이 공부하고 배워가야할 게 많은 때라고 겸손한 젊음이 참 아름다워 보여요.

 

옆가게 친구... 커피 자유의 큰 창으로 보이는 눈 내리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 풍경을 바라보고 왔다는 감성이 빚는 카레의 맛을 보시려면 청주 실내 체육관과 시계탑 사이 카레 자유를 꼭 한 번 찾아가 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