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청주 다연, 11월의 행간으로 따스한 바람이 불다.

다연바람숲 2014. 11. 17. 17:50

 

 

 

 

 

 

 

어떤 이는 쫓기듯 정신없이 달려왔을 것이고,

어떤 이는 여유도 많아 깨금발로 왔을 것이고,

어떤 이는 오는 줄도 모르게 왔다가 놀라기도 할 것이고,

어떤 이는 아직 이만큼인가 더디다 한탄도 있을 것이고,

그럼에도 모두가 왔다. 11월이다.

 

낙엽 태우는 향기가 진동하는 동안, 나무들은 홀로 서기를 하고

횡단할 길목이 많아진 바람은 질주의 본능에 눈을 뜨는 중이고

이제 자주 열려질 일 없는 집집의 창문들은 입을 봉하는 연습 중이다.

 

아직 미련이 많은 사람들은 가을이라 말하고

발목 손목 시린 목들을 감싸며 추위를 느끼는 사람들은 겨울이라 말하고,

같은 시간을 건너가도 부르고싶은 이름이 다른 계절에,

낮도 아닌 밤도 아닌 시간의 해가 지금 막 기울고 있는 중이다.

 

11월이다.

비울 것이 없어도 더 비워야할 것만 같은,

그리하여 이제 고통의 계절에 정면으로 맞서야할 것 같은,

그럼에도 사람과 사람의 행간 사이로 부는 바람은 따스하여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한 해의 마지막 시간들을 더 쓸모있게 쓰고싶어질 것 같은,

 

사랑으로, 사람의 온기로 더 아름다워지는 계절이다.

 

과거는 과거일 뿐,

11월엔 잊지마시라.

이미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는 이제,

극복해야할 과제가 아니라 받아들여야하는 운명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