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독서 - 빌리는 말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무라카미 하루키

다연바람숲 2013. 8. 23. 14:27

 

기억을 어딘가에 잘 감추었다해도 , 깊은 곳에 잘 가라앉혔다 해도, 거기서 비롯한 역사를 지울 수는 없어

 

사람의 마음과 사람의 마음은 조화만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처와 상처로 깊이 연결된 것이다. 아픔과 아픔으로 나약함과 나약함으로 이어진다. 비통한 절규를 내포하지 않은 고요는 없으며 땅 위에 피 흘리지 않는 용서는 없고, 가슴 아픈 상실을 통과하지 않는 수용은 없다. 그것이 진정한 조화의 근거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살아남았어. 나도 너도. 그리고 살아남은 인간에게는 살아남은 인간으로서 질 수 밖에 없는 책무가 있어. 그건, 가능한 한 이대로 확고하게 여기에서 살아가는 거야. 설령 온갖 일들이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 해도.

 

혹시 네가 텅 빈 그릇이라 해도 그거면 충분하잖아. . 만약에 그렇다 해도 넌 정말 멋진,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그릇이야. 자기 자신이 무엇인가, 그런 건 사실 아무도 모르는 거야. 그렇게 생각 안해? 네 말대로라면, 정말 아름다운 그릇이 되면 되잖아. 누군가가 저도 모르게 그 안에 뭔가를 넣고 싶어지는, 확실히 호감이 가는 그릇으로.

 

모든 것이 시간의 흐름에 휩쓸려 사라져 버리지는 않았어.

 

우리는 그때 뭔가를 강하게 믿었고, 뭔가를 강하게 믿을 수 있는 자기 자신을 가졌어. 그런 마음이 그냥 어딘가로 허망하게 사라져 버리지는 않아.

 

 

 

무라카미 하루키 -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