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풍경/독서 - 빌리는 말

안나 카레니나 / 레프 톨스토이

다연바람숲 2013. 5. 5. 13:36

 






앞으로도 나는 역시 마부 이반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논쟁을 하기도 하고 부적절한 때에 내 사상을 드러내기도 할 것이다. 여전히 내 영혼의 지극히 거룩한 곳과 남들의 영혼 사이에는, 심지어 아내의 영혼과도 장벽은 쌓일 것이다. 그리고 역시 나의 공포때문에 아내를 꾸짖기도 하고 그것을 뉘우치기도 할 것이다. 또한 나는 무엇때문에 기도하는지 이성으로는 알지못하면서 기도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야 내 삶은, 내 온 삶은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을 초월할 것이다. 그리고 삶의 모든 순간은 이전처럼 무의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나의 삶에 부여하는 의심할 나위 없는 선의 의미를 지니게 되리라.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리나> 마지막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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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가 정의한대로 '넓은 호흡'의 장편소설이다.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과 행복에 대해, 신앙에 대해 
이토록 깊은 공감을 주는 소설도 많지는 않을 것이다.

래빈에게 사랑은 행복한 발견이었고
더이상 사랑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카레닌에게 슬픈 발견이었다.

래빈과 카레닌, 두 사람의 삶과 사랑을 따라 넓은 호흡의 책읽기를 하는 동안
나는 때로 카레닌이었고 때론 래빈이었고 때론 브론스키였고 키티였다.

카레닌의 마지막 절망의 선택에는 함께 가슴 아팠고 울었고
래빈의 서툰 사랑과 감정의 표현에는 함께 설레고 얼굴 붉어지기도 했다.

그렇다고 이 책은 그저 시시한 연애소설 따위가 아니다.
한 시대의 초상 속에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한 시대를 살아가는 군상들을 통해 삶의 보편적 진실을 풀어낸 감동적인 서사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