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올드-Vintage

가을이 멀지 않았어요

다연바람숲 2013. 8. 13. 19:06

 

나이를 먹어 좋은 일이 많습니다. 조금 무뎌졌고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으며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 자신에게 그렇습니다. 이젠,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말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고통이 와도 언젠가는, 설사 조금 오래 걸려도, 그것이 지나갈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지영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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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도 굳은 살이 박히는 것이겠지요.

예전엔 뜨겁다 아프다 엄살이 많던 일에도 이젠 무덤덤해집니다.

죽을만큼 힘들다 하던 일들이 있었지만 죽지않았고,

죽을만큼 아프다 하던 순간들이 있었자만 그 아픈 기억도 희미하게 모두 지나갔습니다.

오르막을 지나면 내리막인 산처럼 삶은 굽이굽이였고

누군가의 말처럼 행복도 불행도 외짝으로 오는 것은 아니어서 견딜만했고

망각이란 것은 언제나 너무 늦지않게 적절한 시간에 당도해주었습니다.

 

나이를 먹으니 정말 좋은 일이 많습니다.

그 누구보다 내 자신에게 관대하고 너그러워집니다.

사는 일이 죽는 날까지 철드는 일일거라고,

제풀에 넘어져 다친 상처까지 보듬고 위로하는 법도 배워갑니다.

내게 등 돌린 사람의 어깨를 미움이 아닌 연민으로 바라볼 줄도 알고,

놓아야할 것과 놓지말아야할 것들의 목록을 과감하게 더하고 뺄줄도 알고,

오늘의 폭염이 숨을 턱턱 막히게해도 이제 곧 가을이 올 거란 기대로 위안하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어떤 고통도, 어떤 상처도, 어떤 절망도, 어떤 더위도 다 지나갑니다.

그렇게 곧 가을이 당도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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