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닿고 싶었던
그 간절함의 거리를 압니다
닿을 듯 닿을 수 없는 거리
제 몸 부수어가며 달려 온 걸음들이
무너지듯 돌아설 때마다
차르르 잔자갈 쓸어내리던 소리
파도 제 울음소리에 묻어
애끓는 가슴 훑어내리는 거라는 것도.
내 낡은 기억의 귀퉁이
닳고 닳아 무디어진 상처처럼
수없는 파도 눈물에 씻긴 자갈들
닳아진 모서리의 아픔도 압니다
나를 모르고도 늘 거기에 있었을 바다 조사리
끝내 파도가 닿지 못한 절망의 땅에
갈매기보다 작은 걸음을 남기고 온 후
그대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에 자꾸만
파도가 쓸어내리던 잔자갈 소리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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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11년만에 다시 조사리바다에 왔습니다.
그 11년전 이 바다를 다녀간 후 썼던 시 한 편도 찾아냈습니다.
저 바다, 저 파도, 저 몽돌 모두 변한 것이 없는데
강산이 한번은 변하는 세월을 지내 온 이 사람만 변했습니다.
흐려진 겨울 하늘 아래 인적없는 조사리 그 바다의 몽돌,
오늘은 작은 것 하나 주워 가슴에 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