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응용 - How?

소장가 갤러리 SEASON 2 / D.E 사장님의 사무실

다연바람숲 2012. 7. 21. 00:43

 

 

한 남자가 쌀됫박 여러 종류를 무더기로 사게 되었더랍니다. 그 됫박을 사면서 누군가를 생각했더랍니다.

친구의 아버님이 정미소를 하시는데 그곳에서 쓰는 됫박들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요즘 바가지 같은 것이었다지요.

무더기로 산 됫박들을 모두 들고가 정미소의 친구 아버님께 요긴하게 쓰시라고 선물로 전해드렸답니다.

구하려고 해도 못구했던 물건인데 이 많은 걸 어디서 구했느냐고 극구 친구 아버님께서 물건값을 주시려는 걸

마음이시라면 쌀로 받겠다고 했더랍니다. 친구 아버님께서는 흔쾌히 쌀 두포를 내어주셨답니다.

그 쌀 두포는 혼자 사시는 노인들께 아버님의 마음으로 전해드리겠다고 말씀 드렸더니 또 한 포를 더 얹어주시더랍니다.

됫박은 꼭 필요하신 분께 드리고 됫박값으로 받은 쌀 세포는 어려우신 어른들께 전해드리고, 어떤 물건이든 꼭 필요한 사람에게 있을 때 가치있는 것이라고

정작 자신에게 남은 것은 없지만 그 비움조차 행복이라고 말하는 사람, 바로 그 한 남자가 아래 소개해드릴 사무실의 주인이 되는 분이십니다.

 

 

 

 

 

오래 분재를 키워오신 분답게 사무실로 오르는 계단참에도 멋진 분재를 배열해 놓으셨습니다. 찾아뵙던 날은 장마 중에 잠시 햇살이 나온 날이어서 저 꽃들 볼 수는 없었지요. 꽃은 지고 없어도 수형이며 목대며 그 자체로도 멋진 분재들이었지만 그래도 그 모습 대신 사장님 폰 속에 저장된 사진을 빌어왔습니다. 저 아름다운 꽃들을 바라보며 사무실을 들어서는 날들은 또 얼마나 향기로웠을까 생각하면서 말이지요.  꽃이 핀 분재들 너어 직원들의 쉼터로 만들어 놓은 벤취형 정자가 또 휴식처럼 편안하고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직원들의 사무실을 지나 사장님의 사무실로 들어서면 창가를 향해 놓인 커다란 원탁과 쇼파를 만나게 됩니다. 높고 낮음의 격이 없는 원탁의 의미가 그 규모의 웅장함에도 넉넉한 편안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저 응접세트를 에둘러 숨겨진 보물찾기가 시작될겁니다.

 

 

사무실 문을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되는 모습입니다. 매우 모던한 느낌의 장식장들이 올드한 느낌의 우리 것과 어우러지는 장면입니다. 현대적인 장식장 위에 원목의 판을 얹어 좌대를 놓고 작은 소품을 연출한 솜씨가 벌써부터 예사롭지않게 다가옵니다. 모던과 엔틱의 징검돌을 놓을 줄 아는 센스가 느껴집니다.

 

 

사무실 입구의 오른쪽에는 2층으로 통하는 계단이 있습니다. 신발을 벗고 저 나무 계단을 밟아 올라가면 마루가 깔린 낮은 방에 들어서게 됩니다. 이전 한동안 정원에 쓰일 커다란 옹기에 심취했었다면 요즈음에는 작은 꼬막단지며 초병등에 마음이 가신다 하시더니 계단을 따라 쪼롬히 초병들을 진열해 놓으셨습니다. 나무 계단과 병아리 부리같은 입을 가진 초병들, 발걸음 하나하나 말을 걸 듯한 정겨운 풍경입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2층 창가에 진열해놓은 담금주들입니다. 유리병과 빛, 담금주의 내용물들이 그대로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이 됩니다. 저 크기, 내용, 병의 모양까지 추스려 나란히 줄을 세우는 솜씨에도 섬세함이 보입니다.

 

 

계단의 위쪽에서 내려다 보는 창쪽의 모습입니다. 마치 유리 온실처럼 3면이 유리로 지어진 사무실이다보니 브라인드를 내려도 들어오는 햇살이 투명합니다. 이제 저 다소곳하게 놓여진 쇼파 뒤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봐야겠지요.

 

 

작은 서탁과 다듬이돌과 뒤주가 나란히 놓인 사무실의 정면 창가입니다. 서로 다른 높낮이와 크기가 서로 부대낌없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인상을 보면 그래도 한성질은 할 것 같은 강한 인상을 가진 분께서 직접 가꾼 솜씨라고는 언뜻 믿어지지않을만큼 단정하고 섬세한 정돈입니다. 아무렇게나 늘어놓은 듯 하지만 절대 아무렇게나 늘어놓지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가만히 들여다보면 저 순서, 저 배열에 나름의 원칙과 법칙이 있습니다. 보이시나요?

 

 

아름다운 당채 무늬가 들어간 서탁입니다. 투각으로 조각한 아래 장의 卍만자 문이 특색이 있습니다. 언뜻 중국의 물건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을만큼 색을 넣은 그림으로 화려함도 느껴지는 가구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구도와 짜임새가 작으면서도 단아한 기품을 느끼게 해줍니다. 책을 넣는 공간에 단정하게 놓인 작은 도자기와 천판에 가지런히 놓인 떡살과 다식판이 서탁의 새로운 용도를 보여줍니다. 어떤 용도로 쓰였던 물건인가가 중요한게 아니라 어떤 용도로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겠지요.

 

 

백동으로 만들어진 놋화로가 좌대 위에 자리 잡았습니다.  선비님들의 사랑방에서 귀하게 대접받던 연상 두 점 뒤주 옆에 나란히 놓였습니다. 고가구 중에도 그 쓸모가 극히나 적어 많이 사랑받지 못하는 뒤주가 이곳에서는 제법 근사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배경의 빛을 통해 보이는 뒤주의 선이 이런 모습이었던가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됩니다. 너무 크지도 않고 또 너무 작지도 않고 알맞다는 표현이 딱 알맞는 크기의 뒤주가 자리잡은 창가가 우직하게 느껴집니다. 느티나무의 아름다운 결이 마치 고운 옷을 입은 듯도 합니다. 지극히 평범하지만 저 지극히 평범한 높낮이를 위해 고심한 주인의 깔끔한 감각이 느껴집니다.

 

 

쌀을 채우는 용도로 쓰였던 것이지만 또한 속내는 쌀을 채우는 용도로 밖에 쓸 수 없는 것이 쌀뒤주지요. 어떤 수납도 가능한 다른 고가구와 차이점이 있다면 그것이겠지요. 그 단순한 용도의 뒤주가 그래도 쓸모있는 것은 천판이 넓다는 것이지요. 그 넓은 천판을 이용해 여러가지 소품들을 진열해 놓았습니다. 한가지 종류의 소품으로만 진열했다면 밋밋하고 지루할 수도 있었을거여요. 하지만 서로 다른 종류의 소품들을  크기와 종류, 가지 수까지 적절하게 자리를 내어준 감각이 돋보입니다.

 

 

        

 

최근 사장님께서 신중하게 구입하신 두 점의 연갑이랍니다. 사진상으로 어두워 자세히 보이진 않지만 두 점 모두 오랜 나이와 만들어진 기법의 특색으로 나름의 제 가치를 지닌 물건들입니다. 대추나무로 만들어진 연갑, 또 내부 구조와 개폐의 구조가 특이한 연갑, 선비의 연상 옆에 나란히 놓이면 그 품위가 더할지도 모르겠지만 빛이 들어오는 창가의 낮은 자리에서도 그 기품은 바래지가 않았습니다. 연갑 위에 살짝 올려놓은 자라물병이 편안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모반에 가지런히 자리잡은 실패와 떡살들입니다. 하나하나 외따로 펼쳐놓아 어여쁜 것이 있고 모아모아 빛나는 것들이 있는 거라면 이 모반의 물건들은 모아모아 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들이라 해야겠습니다.  여백의 바닥에 툭 던져놓은 듯, 그럼에도 그 여백을 꽉 채우는 힘이 저 작은 것들에게 있습니다.

 

 

고가구로 실내장식을 하는 분들이라면 가장 기본적으로 한번쯤은 해보는 아이템이 재봉틀 다리에 상판을 얹어 콘솔을 만드는 일일겁니다. 그 가장 기본적인 아이템이 옹기들과 만나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 크고 작은 옹기들이 위로 아래로 나란히- 작은 옹기 전시관이 되었습니다.

 

 

작은 옹기 간장병들이 그냥 놓여서, 편안하게 놓여서 그대로 그림 하나를 완성했습니다. 그 작은 꼭지 주둥이들이 무슨 말인가 하고 있는 듯, 노래라도 부르고 있는 듯 앞에 슬쩍 놓은 라디오가 그 소리들을 모으고 있는 듯 합니다. 저 작은 오래된 진공관 라디오가 내는 소리는 그 울림이 은근하게 깊고 오묘하고 아름답습니다. 다연에서 저 라디오의 첫소리를 들으셨으니 그 울림을 제가 기억하지요.

 

 

창가의 브라인드를 거둬올리면 3면의 창가를 에둘러 이런 모습들이 보여집니다. 창틀을 빙둘러 나무고드레, 작은 떡살, 또 작은 수석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놓여있습니다. 자칫 무심하게 버려둘 수 있는 공간까지 소장품으로 알뜰살뜰 채워넣은 세심한 마음 씀씀이가 느껴집니다.

 

 

이것이 무엇일까요? 각각의 크기도 그려넣은 문양도 다른 모습의 요 둥근 것들은 해주단지들의 뚜껑입니다. 사장님이 집중적으로 콜렉션하는 물건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이 색다른 콜렉션이 오랜 시간 후에 보여주게될 수많은 그림들이 기대가 됩니다. 발상도 새롭습니다.

 

 

사장님의 책상 위에 올려놓은 은비녀와 은가락지 입니다. 유리 테이블 위에 나무 천정이 비치면서 묘한 착시를 보여줍니다.

 

 

회사의 현관 계단 옆 처음 분재 너머로 보이던 정자의 모습입니다. 화단에 꽃나무가 아닌 상추가 심어진 것이 텃밭처럼 아기자기 합니다. 찾아간 날엔 저 상추들 부쩍 자라 수확할 때가 되었었지만 저 풍경 제대로 잡지못해서 사장님의 잘 찍은 사진을 또 빌려왔습니다.

 

 

정면으로 보이는 창이 사장님 사무실의 계단이 있는 창가, 왼쪽으로 보이는 창이 현관을 통해 들어가는 직원들의 사무실 창가입니다. 실외조경에 공을 들이고 마음을 많이 쓰는 사장님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한동안 에쁜 맷돌을 많이 구하신다했더니 그 맷돌들이 이렇게 멋진 징검돌이 되었습니다.

 

 

현관을 통하지않고 주차장에서 바로 사장님의 사무실로 통하는 문의 계단입니다. 모양이 예쁜 단지 위에 뚜껑 대신 투가리를 얹어 계단에 하나씩 놓아두었습니다. 지극한 옹기 사랑이 정원 구석구석 어디에서나 눈에 띕니다.

 

 

커다란 바위 위에 흙을 얹어 다육이를 심은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분재와 다육이와 옹기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풍경들도 아름다웠지만,  모과나무 아래 이 풍경이 알콩달콩 이야기가 느껴져 사진 속에 담았습니다. 바위를 쪼아만든 돌절구, 그 위에 툭 던져놓듯 얹어놓은 맷돌 한짝, 소박하게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커다란 단지 위에 얹어 놓은 물확에 빗물이 가득 고이고 그  빗물 위로 정원의 소나무 한그루가 들어앉았습니다. 저 물그림자처럼 자신보다 큰 세상을 담아내는 능력이  사람에게도 있는 거라면 이 공간의 주인도 자신보다 더 큰 세상을 품고 사는 분이 아닐까란 생각을 합니다.

 

 

공장의 문 없는 문을 들어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벽화입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저 파도 넘실거림이 물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것만 같습니다. 자칫 너무 딱딱하고 삭막할 수도 있는 공장 입구의 벽에 소나무와 바위와 파도를 그려넣을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놀랍습니다. 바닷바람에도 꿋꿋한 소나무, 세찬 파도에도 끄떡않는 바위, 저 파도들 달려나와 공장의 바닥에서는 사라지고 잠잠한, 그림의 바깥까지도 연결해 그림을 그려낸 사람이 또한 놀랍습니다. 섬이고 육지이고 평안인 그림 밖의 세상을 향해 날개짓하는 갈매기의 모습까지도 삶의 한 단면처럼 느껴집니다.

 

 

*

 

 

언제나 차안에 선물받은 4개의 우산을 갖고다닌다고 합니다.

비오는 날, 폐지를 수집하시는 어르신들이 비를 맞고 가는 걸 보면 우산을 펼쳐 건네드린다고 합니다.

접은 채로 드리면 그도 아까워 쓰지않는 어르신들이라 꼭 펼쳐서 건네드린다고 합니다.

하나를 드리면 또 하나를 채우고 두개를 드리면 또 두개를 채우고 언제나 4개의 우산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그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분이 저 아름다운 공간과 풍경의 주인입니다.

 

성공한 삶을 살지만 스스로를 낮추고 겸손의 에禮를 아는 분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가진 것을 힘으로 삼지않고 덕으로 나눌 줄 아는 분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소소한 것의 기쁨, 일상의 작은 행복을 구하고 찾을 줄 아는 분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마음에는 예의란 것이 있다. 그것은 애정과 같은 것이어서 그같이 순수한 예의는 밖으로 흘러나와 외면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 괴테 -

 

눈도 마음도 행복해지는 좋은 구경했습니다.

오수 시간까지 방해하면서 찾아간 걸음, 반갑게 맞아주신 D.E의 사장님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