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응용 - How?

소장가 갤러리 SEASON 2 / 건축사님의 사무실 PART 1

다연바람숲 2012. 7. 14. 14:51

 

" 가장 현명한 사람은 늘 배우려고 노력하며 놀 때는 세상 모든 것을 잊고 놀며, 일 할 때는 오로지 일에만 전념하는 사람이다"

 

이루어놓은 결과를 보면 그 사람이 얼마나 자신의 일에 애정을 갖고 일을 하는지, 그 일에 얼마만큼의 최선을 다했는지 알 수가 있지요.

글을 쓰는 사람이 글로써 삶의 자취를 남기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그림으로 삶의 흔적을 남기는 거라면

앞으로 보여질 공간의 주인이신 건축설계사님은 아름다운 건축물로 자신의 땀과 노력에 대한 삶의 흔적을 남기는 분이라 말을 할 수 있을거여요.

어떤 건축물을 보면 자연스레 그 건축물을 설계한 사람이 떠오를만큼 작품마다 자신만의 확고한 색깔을 지닌 분이시지요.

본연의 직업, 매사에 철두철미한 성격대로라면 자신의 일에 전념하기도 빠듯한 일상에서 언제 이런 수집을 다하셨을까는 언제나 놀라움이지요.

취미라고 하시기엔 이미 그 아는 깊이가 전문가의 수준에 이를만큼 배우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지요.

수집한 물건을 적재적소에 두고 감상의 폭을 높이고 함께 어우러지며 즐기기를 하고 계시니 놀 때는 확실하게 노는 분인 것도 맞지요.

그러니 감히 가장 현명한 사람의 삶을 살고 계시는 분이라 말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오래 전 다연에 설계사님의 사무실과 소장품을 소개한 적 있지만

이후 사무실을 이전하셨다는 소식을 듣고부터 변화된 사무실의 모습이 늘 궁금했었지요.

그 많은 소장품들이 어떻게 자리잡고 변화를 가졌는지,

물건도 자리도 많이 달라졌다는 무성한 소문만 들으면서 찾아볼 날을 꼽기만 했었지요.

그러다 아주 불현듯이었지요. 아주 갑자기 찾아간 건축설계사님의 확 달라진 사무실을 소개합니다.

 

 

 

 

2층에 자리한 설계사무소를 찾아오르다 보면 층계참에서 뒤주 위에 도자기가 놓인 이 장식품과 마주하게 됩니다. 위에는 꽃그림이 화사한 유화를 곁들여 자칫 딱딱하고 밋밋할 수 있는 콘크리트 공간에 따뜻한 온기를 들여놓은 센스가 돋보입니다.  사무실의 문을 열면 펼쳐질 사무실의 또 다른 느낌을 예고라도 하는 듯 합니다.

 

 

프로방스풍 분위기가 느껴지는 나무문과 문살은 설계사님의 설계 작품들을 대변하는 이미지 중의 하나입니다. 다른 사무실과 입구를 마주한 공간에도 역시나 주인의 건축적 특성을 살린 문과 벽의 장식이 눈에 띕니다. 문은 서로 다른 둘이지만 마음은 하나로 모으는 듯,  중심을 잡은 항아리 장식이 고요하면서도 친근함이 느껴집니다.

 

 

모던과 엔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간으로의 한발입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복도 오른쪽으로 문살문양의 긴 스탠드와 화분, 모던한 조형물을 만나게 됩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문 옆 오른쪽 바로 옆에는 이 아름다운 여인이 앉아있습니다. 문을 나설 때는 마주하게 될 모습이겠지만 나무의 질감과 어우러지는 황토빛의 작품이 이 공간이 얼마나 따뜻한 공간인지 사람의 향기가 나는 공간인지 느끼게 해줍니다. 어쩌면 무심하게 비워두거나 소홀할 수 있는 좁은 공간을 예술품으로 꼭맞게 채워넣은 안목이 또 놀랍습니다.

 

 

 

 

사무실을 처음 찾아오시는 분들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가 잘못 찾아왔나싶어 다시 나갔다 들어오게한다는 바로 그 해프닝의 주인공,  입구 복도의 왼쪽 모습입니다. 나뭇결과 장석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두 점의 이층농과 그 위에 올려놓은  여러 종류의 소반들이 그대로 작품으로 콜렉션이 되었습니다. 눈높이로 소반을 마주하면서 각각의 특성과 다리의 모양을 살펴보는 것도 쏠쏠한 감상의 재미가 됩니다.

 

 

 

복도의 오른쪽 문을 열면 소장님의 사무실로 바로 통하지만 정면으로 보이는 사무실을 먼저 들어가 보기로 합니다. 사무실의 한쪽 벽면을 화려하면서도 단아하게 장식한 조각보가 눈길을 끕니다.

 

 

사무실을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모습입니다.  단정한 느낌의 마산이층농과 제주반닫이가  분할된 공간의 벽을 잘 자리하고 있습니다. 엔틱 축음기와 도자기 한 점의 조화, 소반 위에 올려놓은 한 점 난까지 높이와 균형까지 마음 쓴 주인의 섬세한 감각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공간의 중심이 되는 자리에 놓인 이 나비장은 소장님께서 가장 아끼시는 애장품입니다. 저 귀한 물건을 이렇게 흐릿한 화질로밖에 올려드리지 못하는 것이 그저 죄송하고 미안할 뿐입니다. 가까이 보고 저 나비장의 특성 하나하나를 설명 듣는다면 누구나 저 나비장의 가치와 아름다움에 발길을 옮기지 못할겁니다. 그 귀한 가구를 호위라도 하듯 양쪽에 듬직하게 자리잡은 키다리 기린의 모습 또한 전체적인 구도와 균형에 잘 어우러집니다.

 

 

분명 적지않은 양의 가구인데 이전 사무실 보다 복잡하지않고 정돈된 느낌이 드는 건 가구의 크기에 맞춰 적소에 두고 조금씩의 여백을 살려두는 센스를 보이셨기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큰 돈궤 위에 장흥 책반닫이와 나란히 서안을 배치하고 벽의 여백을 살려 소품을 장식한 점이 참 아기자기하면서도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이 곳을 사무실이라고 보아야할지 전시관으로 보아야할지 생각은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먼저 적지않은 양의 목가구에 놀라고 두번째는 잘 정돈된 모습에 놀라게 됩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을수록 그 빛을 발하게되는 것이 가구라면 일하시는 짬짬이 얼마나 많은 손길과 관심을 주고있다는 것인지 저 윤기나는 목가구들이 말을 해줍니다. 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것이 저 장마다 저 반닫이마다 문을 열면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소품들이 그득그득 하다는 것이지요.

 

 

홍칠의 박천 숭숭이 반닫이는 자칫 다른 목가구와 조화롭게 어우러지지 못할 수도 있는데 위에 올려놓은 함의 조화로 자연스럽게 무리 속으로 섞여들게 한 점이 눈에 띕니다. 부조화 속의 조화, 이런 연출도 아마 예술을 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그 거창한 한무리의 가구들을 지나오면 창가에 책반닫이와 연갑을 장식해 놓았습니다. 가운데의 괴목 개구멍 책반닫이는 언뜻 신작의 나뭇결처럼 보이지만 먼저 소장했던 분의 서툰 나무가공 솜씨가 초래한 실패작이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직접 확인해 본 결과로는 그리 짧지않은 시간을 지나온 고재가 맞았으니까요. 가까이 들여다보면 장인의 솜씨가 하나하나 느껴지고 보여지는 중후한 느낌의 책반닫이 입니다.

 

 

 

 

어떤 물건을 무엇과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공간을 분할하는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다면 소장님은 그 부분에 대해 탁월한 능력과 안목을 갖고계신 건 아닌가 싶습니다. 상을 놓고 돈궤를 올려놓음으로서 상도 보여주고 돈궤도 보여주고 창으로 통하는 시선도 막지않아 답답한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자투리 공간에 작은 상을 놓고 소장님의 작품과 소품으로 장식한 센스도 돋보입니다.

 

 

 

사무실 입구와 사무실에서 소장님의 방으로 향하는 문의 중간에 놓인 가구들의 모습입니다. 저 약장, 전에 소장가 갤러리를 올릴 때에도 제가 탐내고 어여뻐했던 것이지요.  회의 테이블을 빙둘러 놓인 가구들의 가장 중심에서 또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장님의 작품 액자와 고가구와 물항아리 그 오묘한 조화가 모던과 엔틱 그 느낌을 자유자재로 오가게 합니다. 조화란 이렇게 아름답습니다.

 

 

소장품들을 천천히 감상해보셔요.

그 이름 하나하나 불러 연대와 만들어진 방식까지 설명해 드리면 좋겠지만 거기까지는 제 능력의 한계도 한계지만 저 귀한 물건들의 주인에게도 너무 큰 누가 될 것 같아 참아주려고 해요. 잠시지만 행복한 눈의 호사를 누려보셔요.

 

 

 

 

 

 

 

 

 

*

 

가는 날이 장날이라던가요?

서둘러 가느라 챙겨간 카메라가 성능도 좋지않은 것이 몇 장 찍지도 않아 방전이 되어버렸더랬지요.

그래도 내 손의 카메라, 폰으로 찍어 온 사진들로 채워 페이지를 엮어봅니다.

혹여 좋은 목가구들과 사무실을 화질 떨어지는 사진으로 오히려 더 번잡하게 보여드리는 누를 범하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지만

제 눈이 즐거웠던 순간을 공유하는 의미로 올려드립니다.  이제 반을 왔어요.

소장님의 사무실은 다음 편으로 이어서 올려드릴께요. 기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