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창 밖엔 비오고요 바람 불고요

다연바람숲 2012. 6. 12. 20:09

 

6월 / 오세영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
숲은 숲더러 길이라 하고
들은 들더러 길이라는데
눈먼 나는 아아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숨막힐 듯 숨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강물은 강물로 흐르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

 

 

*

 

 

비가 내리려고 갑자기 바람이 불어

앞 뒤로 무방비하게 열어놓은 문 중 뒷문이 닫히면서

벽에 걸어놓은 접시 액자 한 점이 떨어져 박살이 나버렸어요.

에고머니나!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지요.

 

너무 오랫동안 다연의 주인이 블로그를 비워둔 탓에 먼지만 그득했는데

그 짬짬이 고요한 이 집을 들러주시고 살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저 깨어진 접시 액자는 게으름 그만 피우고 다연 좀 잘 챙기라는 일갈의 경고로 겸허히 받아들여요.

 

물건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몇 번의 변화가 있었지만,

나름 새로운 모습으로의 정돈은 언제나 꿈꾸지만,

혼자 몸으로 감당하기에 버거울 때도 없진 않아서 큰 변화가 느껴지지는 않을 거여요.

 

내일부터는 한 점 한 점,

새 얼굴의 식구들을 소개해드리도록 할께요.

 

모두 행복한 유월의 시간 건너가고 계시기를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