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2011년을 보내는 화두, Oblivion(망각)

다연바람숲 2011. 12. 31. 18:03

 

 

 

 

2011을 보내는 마지막 화두는 망각입니다.

흰 종이에 기억이라 쓰고 무엇으로 지울까 생각을 합니다.

지우개로 지울까 씌여진 글씨와 같은 색깔의 연필로 덧입혀 지울까

그러나 사람의 기억이란 어쩌면 의도하는대로 지우개로 지워버릴 수 없는,

또 많은 시간들의 기억이 덧입혀져 사라져가는 글씨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의 기억 통제능력은 스스로 제어가 불가능한 것으로 어쩌면 망각이란 존재하지않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기억을 단기적으로 잃는 단기기억상실증처럼 잠시 잊을 수는 있지만

그 기억을 재생시키는 매개체를 만나면 빠르게 기억이 회복되는 것처럼 서서히 무디어질 뿐 사라지지않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망각이란 망각할 수 없으므로 망각이란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한, 잊고싶은 기억에 대한 최선의 자기방어, 자기최면일지도 모릅니다.

그마저도 오로지 시간만이 가능하게 하는 것,

현실은 과거가 되고 과거는 추억이 되고 상처는 추억으로 남는 것처럼

그 시간들이 겹치고 겹쳐, 과거가 추억이 상처가 겹치고 겹쳐 보이지않을 뿐 남아있는 것

우린 그걸 막연히 망각이란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종일 손전화를 들고앉아

이제 연락이 닿지않는 사람들과 이제 더이상 연락이 닿지말아야할 사람들의 이름을 지우고

그동안 쌓이고 쌓인 메시지들을 정리하고 지우고

한해 동안 순간의 기억을 남겨놓은 사진들 중 이젠 지워버리고싶은 시간들도 지웁니다.

남기고싶지않은 것들을 모두 지우고나면 남기고싶은 것만 남게될 거라고,

지금 당장 눈 앞에선 사라졌지만 오늘 다 지워내지못한 기억들은 이제 천천히 시간이 지워줄 것이라 믿습니다.

Oblivion

망각이라는 이름으로.

 

 

20111231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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