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끌림 - 풍경

때론 침묵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다연바람숲 2011. 11. 21. 23:40

 

 

 

집앞 골목 입구 경로당 화단의 목련이 꽃망울을 맺었어요.

매일 지나면서도 차를 끌고 나올땐 볼 수 없던 풍경이 걸어나오는 동안 눈에 밟혀 휴대폰에 담았지요.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철 모르는 것들,

피려던 마음까지 얼어붙고 있겠지만  난 저 꽃망울에 소복이 눈이 쌓여도 아름답겠다란 생각을 했더랬지요.

 

11월의 날씨에도 포근하기만해서 어디엔 개나리꽃이 피었더란 소문도 들리고

어느 산길엔 진달래가 피었더란 풍문도 들리고 어느집 담장엔 아직도 넝쿨 장미 붉은빛도 화사하던데

어제 오늘 추운 날씨에 그 철딱서니들 오돌오돌 떨고 시들며 때를 못찾은 그 철없음을 후회하고 있을 터이지요.

어리고 여린 것들이 아프던말던 아픈 곳이 아물던말던 그렇게 겨울이 성큼 다가왔어요.

 

때론 침묵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세상과 사람과 멀어져 오롯이 혼자이고 싶을 때도 있어요.

그럴땐 누구에게 어떤 말도 변명이 되는 것 같아서 그냥 말문을 닫아걸고 싶어요.

연애하듯이 시를 흠모했고 시를 찾았고 시의 곁에 맴돌며 시를 만나고 시가 나를 찾아주길 기다린 때가 있었어요.

하지만 목숨을 걸만큼의 치열한 연애는 아니어서 아니요 시라는 것이 내겐 과분한 연애여서 이젠 그 오랜 짝사랑을 내려놓았어요.

그러다보니 시를 통해 알던 많은 인연들과 많이 소원해졌어요. 인연들과 얽힌 책임들로부터도 많이 무뎌졌어요.

어느날 소리없이 사라진 바람숲이어서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신걸 알아요.

누군가 궁금해하고 안부를 물어주는 것이 감사한 일인 줄도 알아요.

하지만 누구에게도 소통의 문을 열지못했어요. 안부에 답을 하지 못했어요. 그냥 묵직하게 마음의 문을 내려두고 침묵했어요.

무슨 일이 있는건 아닌지 어디 아픈건 아닌지 궁금해하고 걱정해주신 분들께는 참 많이 죄송해요.

그토록 좋아하던 것을 내려놓고 잠시의 공황상태라고 할께요. 워낙에 예민한 성질머리라 심하게 가을을 앓았다고 할께요.

이젠 직업이 되어버린 새로운 일에 적응하고 배워가는 과정도 늘 최선을 요구하는 일이어서 경황이 없단 뻔한 변명도 할께요.

걱정하지 말아요. 전 잘 지내요. 주시는 안부마다 답을 하고싶지만 지금은 곁들여야하는 부연 설명들이 버거워서 참을께요.

언젠가는 아무일 없었다는듯이 모두 잘 지내나요? 목소리도 크게 먼저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날이 곧 올거라고 생각해요.

그때까지는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침묵할께요.

 

난로설치가 늦어져서 오늘은 샵이 많이 추웠어요.

한낮엔 유리창의 햇살로 그래도 포근했는데 저녁참에 들러주신 손님께는 죄송했어요.

내일 난로를 들이면 샵이 한결 따뜻하고 포근해질거여요.

그러면 스티브 잡스랑 모멘트 - 새로 산 두권의 책을 한권한권 천천히 읽어볼 참이어요.

 

오늘은 그냥 혼잣말이었어요.

11월이 참 고요하게 깊어가고 있어요.